美 IRA 약가인하 10개 품목 공개…'한국 영향' 나비효과는?

바이오시밀러 확대 가능성 커져
오픈 이노베이션엔 악영향 가능성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처방 의약품 비용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제도)에 사용되는 처방약에 대한 첫 가격 협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언급하면서 자신이 재선에 출마해 미국인들의 삶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홍보하고 있다. 2023.08.30.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미국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약가인하 대상 10개 의약품을 공개했다.

1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이슈 브리핑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IRA에 따른 첫 번째 약가인하 대상 10개 의약품 품목을 공개했다.

IRA에는 미국 공공의료보험기관인 CMS가 협상을 통해 처방의약품의 약가를 인하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등 6600만명을 대상으로 한 메디케어 가격 협상 대상 의약품은 지출액이 가장 많은 의약품 중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이후 9년 이상 제네릭(복제약)이 출시되지 않은 합성의약품과 13년 이상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출시되지 않은 바이오의약품이다.

여기서 최종 결정된 10개 의약품은 BMS의 혈전용해제인 ‘엘리퀴스’(Eliquis), 베링거 인겔하임의 심부전치료제 ‘자디앙’(Jardiance), 존슨앤존슨의 ‘자렐토’(Xarelto), 머크의 2형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Januvia), 아스트라제네카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Farxiga), 노바티스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Entresto), 암젠의 류마티스관절염치료제 ‘엔브렐’(Enbrel), 애브비 혈액암치료제 ‘임브루비카’(Imbruvica), 존슨앤드존슨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스텔라라’(Stelara), 노보 노디스크 당뇨병치료제 ‘피아프스’(Fiasp)로 나타났다.

이번에 최종 발표된 10개 의약품은 CMS가 지난해 6월 1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1년간의 메디케어 지출내역을 분석해 선정됐다.

10개 의약품에는 메디케어 Part D(전문의약품 보험) 총 의료비의 20%에 해당하는 505억 달러(한화 약 67조원)가 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엘리퀴스의 경우 370만명이 처방받아 164억 달러(약 22조원)가 지출돼 10개 의약품 중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이 같은 미국의 약가인하 정책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BMS, 머크, 존슨앤존슨 등 기업들은 규제 당국이 가격 협상이나 기타 수단을 통해 약가를 직접 책정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미국 정부를 상대로 현재 개별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약가인하 의약품에 해당될 경우 향후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며, 해당 의약품 제조사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업계에도 영향 미칠 것으로 전망…"주의 깊게 모니터링 해야"

이번 약가인하 조치는 국내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동아에스티 등은 이번 약가인하에 포함된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가 깎일 경우 바이오시밀러 가격은 더 하락하게 되지만 그만큼 접근성이 좋아져 점유율 확대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특허 방어 전략으로 바이오시밀러 진입을 막았던 글로벌 기업들이 손해를 따져본 결과, 방어 전략 대신 바이오시밀러 진입이 이득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전략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오기환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이들 기업들이 약가인하 협상 대상에서 제외되기 위해 전략적으로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 방어 전략에 변화를 줄지 등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게 될 경우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약가인하로 인해 기업들의 매출이 감소될 경우 연구개발(R&D) 및 투자비 감소로 이어져 향후 외부 기업과의 기술이전, M&A(인수합병) 등의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10개 의약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은 올해 10월 1일까지 협상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를 거부하는 기업들은 메디케어 적용 의약품에서 제외되거나 의약품 매출액의 최대 90%에 해당하는 세금이 부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해당 제품에 관한 연구개발 투자비, 영업·유통비, 매출액 등의 세부 자료를 올해 안에 제출해야 한다. CMS는 내년 2월 1일까지 기업들에게 1차 협상 가격을 안내하고 기업들은 30일 이내에 이 협상 가격을 받아들일지, 거부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후 CMS는 내년 8월 1일까지 각각의 기업들과 3차례 미팅을 진행해 가격을 확정하게 되며, 한달 후인 9월 1일까지 최종 인하된 약가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약기업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법률 소송 결과 및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약가 협상과 약가 인하 시점은 변경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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