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갈 만한 산 BEST 4

신준범 2023. 9. 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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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神佛山(1,159m)

억새 평원으로 유명한 산이지만, 9월에는 황금빛 억새가 없다. 10월 중순이 되어야 금빛으로 물든다. 한 달 일찍 신불산을 추천하는 것은, 등산인파에 떠밀려 산을 찾기보다는 고요한 초원의 낭만을 즐기라는 의미다. 적당히 시원한 날씨와 싱그러운 능선의 바람, 초록 평원을 타고 밀려오는 물결.

간월재를 비롯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4km의 능선은 125만 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억새 군락지다. 9월 말이라면 조금씩 희끗해지는 억새를 구경할 수 있다.

울산 울주군 상북면의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를 기점으로 원점회귀하는 산행이 인기 있다. 간월재로 올랐다가 신불산을 거쳐 웰컴센터로 돌아오는 14km 산행이 일반적이다. 주능선의 간월재까지 임도를 따라 오를 수 있다. 간월재에서 신불산에 올랐다가 돌아와서 간월산 정상을 거쳐, 간월재에서 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암릉산행을 즐기는 베테랑들은 홍류폭포를 거쳐 신불공룡능선으로 정상에 올랐다가 간월산까지 종주해 간월공룡능선을 타고 하산하기도 한다. 직벽 구간이 있어 초보자는 출입을 삼가야 한다.

황석산黃石山(1,192m)

헤라클레스의 힘줄 같은, 압도적 암봉의 파워. 경남 함양군 안의면의 황석산은 과소평가 받은 명산이다. 북쪽으로 덕유산, 남쪽으로 지리산의 유명세에 가렸으며, 능선을 맞댄 거망산, 금원산, 기백산과 함께 통칭되곤 한다.

단순히 산세만 놓고 보면 황석산은 거망, 금원, 기백과 클래스가 다르다. 육산에 가까운 거망산과 금원산, 누룩덤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바위가 포개어진 정상부의 기백산과 달리, 용의 뿔처럼 압도적 바위봉우리가 1,000m대로 불끈 솟았다. 정상부의 황석산성은 암봉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풍경의 완성도를 높인다. 스릴 있는 정상 꼭대기에 오르면 압도적 시원함을 맛 볼 수 있다.

깊은 산골이지만 늘 역사의 소용돌이 속 비극을 겪었던 곳이다. 정유재란 당시 마지막까지 왜군에 항거하던 주민과 관군이 몰살당했으며, 욕보지 않으려 했던 부녀자들이 절벽에서 뛰어내려 바위가 온통 핏빛으로 물들었다는 피바위 유래가 전한다. 최단 산행 코스는 봉전리 우전마을 임도에서 시작하는 코스로 5km면 정상을 다녀올 수 있다. 거망산과 황석산을 종주하거나, 4개의 1,000m 산을 잇는 기백~금원~거망~황석 30km 원점회귀 종주도 가능하다.

사진 박영래 객원기자

불갑산佛甲山(516m)

붉은 상사화의 향연에 푹 안기고 싶다면, 불갑산을 추천한다. 매년 9월 중순 상사화 개화시기에 맞춰 국내 최대의 붉은 꽃무릇 정원이 있는 전남 영광군 불갑면 불갑사에서 상사화 축제가 열린다. 꽃구경은 기본이고, 다양한 공연과 전시, 체험 행사가 열린다. 꽃무릇은 꽃이 진 뒤 잎이 돋고, 잎이 지면 꽃이 피는 식물이다. 꽃과 잎을 함께 볼 수 없다 하여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 또는 '상사화相思花'라 불린다.

불갑사는 불갑산의 말발굽 형태 산세 가운데 계곡에 위치하고 있다. 불갑사를 기점으로 원점회귀 산행 가능한 것. 게다가 불갑산은 높이는 낮지만 야생화로 유명해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산행지다. 불갑사는 백제 침류왕 원년천년사찰로 (384) 인도의 승려 마라난타摩羅難陀가 동진東晋을 거쳐 서해를 건너 법성포로 들어와 지은 천년사찰이다. 백제에 처음 불교가 전파된 사찰인 것.

산행은 불갑사를 기점으로 하는 코스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 동백골~해불암~정상~해불암~동백골~불갑사 코스(4.5km, 약 1시간30분), 불갑사~동백골~구수재~연실봉~해불암~동백골~불갑사(약 4.5km, 2시간30분), 불갑사~동백골~구수재~용봉~도솔봉~수도암(또는 불갑사)~주차장(4.2km, 2시간30분), 수도암~도솔봉~구수재~연실봉~덫고개~불갑사(약 6.4km, 3시간30분) 등이 있다.

사진 박영래 객원기자

미륵산彌勒山(689m)

명산의 기준이 정비된 등산로와 유명한 척도라면, 미륵산은 탈락이다. 하지만 타고난 산세와 자연의 깨끗함, 산행의 재미를 놓고 본다면 강원도 원주 미륵산은 명산으로 추천할 만하다. 영동고속도로 문막나들목에서 비교적 가까우며, 원주시 남쪽을 성곽처럼 에워싸고 있다.

산 이름은 정상의 미륵봉 바위벽에 새겨진 불상에서 유래했다. 이 미륵불상은 신라 경순왕의 딸 얼굴이라는 설이 있다. 또한 지금은 삼층석탑과 절터만 남은 황산사에 경순왕이 거처했다는 설도 있다.

산행은 미륵북봉부터 정상과 미륵봉~장군봉~신선봉~치마바위봉까지 이어지는 암봉의 향연이 백미다. 찾는 등산객이 적어 호젓하면서도 고정로프 같은 기본 시설이 있어, 암릉산행의 찰진 맛을 즐길 수 있다. 길찾기에 주의해야 하며, 초보자는 출입을 삼가야 한다.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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