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2억→17억원'된 셀리버리 현금… 2년간 무슨 일이
조대웅 대표 "약 3조짜리 대형 기술이전 딜 나올 줄"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국내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 셀리버리(268600)가 보유한 1130억원 규모 현금성 자산이 약 2년여 만에 사실상 대부분 ‘증발’했다. 셀리버리는 완전자본잠식에 접어든 상황에서도 자회사 셀리버리 리빙앤헬스에 적지 않은 대여금을 지급하고 이를 전액 손실처리한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취재 결과 셀리버리의 현금성 자산 중 수백억 원이 자회사 리빙앤헬스로 유입됐다. 셀리버리는 2021년 11월 16일 물티슈 회사 ‘아진크린’을 149억원에 인수한 후 셀리버리 리빙앤헬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바로 다음달인 2021년 12월에는 사업규모 확장 목적으로 보유 현금액 140억원을 리빙앤헬스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출자했다. 리빙앤헬스는 화장품, 생활용품, 물티슈 사업 등을 벌인다. 당시 사내이사로는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와 조 대표 아내인 이진복 씨, 권선홍 전 셀리버리 전무이사(부사장)가 이름을 올렸다.
셀리버리는 지난 한 해 168억원, 올해 35억원 등 모두 203억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리빙앤헬스에 지급했다. 문제는 모회사인 셀리버리가 자본잠식에 접어든 상태에서도 자회사에 자금을 대여해줬다는 것이다. 자본잠식은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로, 적자가 쌓이면서 기업이 원래 갖고 있던 자기자본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해 말 기준 셀리버리 자본금은 184억원, 자본총계는 105억원으로 자본잠식에 빠졌고,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자본금 184억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199억원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에 돌입했다. 이후 셀리버리는 지난해 리빙앤헬스 대여금 168억원과 올해 추가 대여금 35억원을 합친 203억원을 전액 ‘손실’ 처리했다.
셀리버리가 리빙앤헬스에 투입한 자금은 492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그 사이 셀리버리의 재무구조는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리빙앤헬스를 매각하기로 했다. 리빙앤헬스 매출액은 2021년 말 39억원에서 지난해 말 232억원 수준까지 늘었지만, 매출원가만 234억원에 달해 사실상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로 짜여졌다는 분석이다.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이사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황에서도 자회사에 계속해서 대여금을 지급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자회사 인수 후 1년 사이 3개 브랜드, 250여개 신제품 개발, 출시 및 영업 활동에 대한 초기 투자로 생각해 모회사가 지원한 것”이라며 “올해 2조9000억원 규모 대형 기술이전 오퍼를 받아놨기 때문에 모회사 자본은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셀리버리는 2021년 10월부터 글로벌 ‘톱10’ 제약사와 자사의 핵심 플랫폼 기술인 ‘TSDT’를 기술이전하려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회사가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 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셀리버리의 남은 현금성 자산은 연구개발비, 인건비, 접대비 등으로 쓰였다. 특히 연구개발비가 눈에 띄게 늘었다. 회사의 연구개발비는 2021년 약 86억원에서 지난해 약 202억원으로 갑자기 2배 이상 늘었다. 이 중 약 179억원 가량은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지급됐다.
문제는 CRO에 맡긴 임상시험은 현재 중단된 상태며, 회사가 CRO 측에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송사에 휘말릴 수 있단 의혹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셀리버리는 지난해 10월 코로나19 면역치료제 ‘iCP-NI’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 받고 투약에 돌입했지만, 자금사정을 이유로 돌연 5월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셀리버리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풋옵션 행사 등을 목적으로 원리금 약 100억원을 상환했다. 지난해 급여(약 110억원)와 접대비(약 10억원), 차량구입비(약 25억원) 등으로는 221억원을 썼다. 올해 3월 말에는 350억원 규모 CB 중 약 52억원을 현금으로 상환했다. 이밖에 임직원들의 대규모 퇴사로 인한 퇴직금, 자회사가 임차한 건물의 임대료 등으로도 매달 1억원 가량 지출되는 상황이다. 관련 비용 등을 고려한 셀리버리의 현금성 자산은 현재 약 17억원 수준이다.
셀리버리 주주들은 조 대표와 전현직 임원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일부 이사가 주주총회 결의 없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부분에 대해 배상을 요구하고, 이에 대해 감사 의무를 다하지 않은 감사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셀리버리는 2021년 1월 한 때 장중 10만3460원을 기록하며 상장 이래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이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회사는 지난 3월 1분기 감사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 현재 6680원에서 거래정지 중이다.
셀리버리 주주연대 측은 “임상시험과 신약 개발에 사용하겠다는 당초 증자 목적과는 다르게 셀리버리는 2022년 한 해 동안 자회사에 약 168억원을 부실 대여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거래의 타당성’ ‘회수가능성’등의 문제를 지적받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모회사가 자본잠식에 빠진 자회사에 추가적으로 35억원 대여한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돌려받지 못할 것을 알고도 빌려준 행위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또 자회사는 모회사에서 빌린 약 200억원 중 18억원을 자회사 전직 임원이 운영하는 미용실에 부실대여했고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다”며 “자금이 석연치 않게 유용됐음이 강력하게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석지헌 (cak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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