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우주안보 ‘425사업’ 잰걸음···北 손바닥처럼 들여다본다[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독자적 軍 정찰위성은 ‘킬체인 눈’ 핵심
‘SA’·‘EO’ 합쳐 아라비아 숫자 ‘425’ 표시
2030년까지 총 40기 초소형 위성 발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군사적으로 정찰위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 계기가 됐다. 수천 개의 군사·상업용 위성을 활용해 러시아 군의 움직임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사전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지난해부터 핀란드 아이스아이(ICEEYE)사의 초소형 SAR(Synthetic Aperture Radar·영상 레이더) 위성 1대를 도입해 운용 중이다. 지난해 9월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당시 국방장관은 소셜미디어에 “위성 작동 첫 이틀 동안 적(러시아군)이 숲 지대에서 위장하려고 시도했지만 60 대 이상의 전투 장비가 감지됐다”며 “이는 아이스아이 위성이 SAR 기술을 이용해 정보를 수집했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위장된 장비는 광학 위성으로는 감지하기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SAR 위성의 효용성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특히 “SAR 위성은 날씨가 나쁘거나 흐리거나 눈이 내리는 가을과 겨울에 특히 적합하다”며 “낮과 밤에 똑같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이스아이 SAR 위성은 지난 6월 6일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카호우카댐이 일부 파괴된 직후 피해 지역 확산 등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에도 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에 쏘아 올리는 위성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산업적으로도 관련 기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됐다.
미국의 민간 위성 업체 ‘맥사 테크놀로지(Maxar Technologies)’는 우크라이나전 개전 초기에도 밀집한 러시아군 전차부대, 도로에 64㎞나 늘어서 정체 상태에 빠진 러시아군 사진 등으로 세계 주요 미디어에 등장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맥사 테크놀로지는 30㎝급 해상도의 EO(Electro Optic·전자광학) 카메라 위성까지 운용한다. 이는 과거 정찰위성급(級) 해상도다. 30㎝급 해상도는 수백㎞ 상공에서 3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2월 9일에는 맥사 테크놀로지가 전날 밤 10시 5분쯤 촬영한 것들이라며 북한 열병식을 찍은 위성사진 몇 장을 공개했다. 이 사진들엔 전날 밤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군 건군 7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미사일들이 광장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모습들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정찰위성 수준은 돼야 수백㎞ 상공에서 이 정도로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민간 위성도 초고화질의 사진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시대적 분위기에 발맞춰 우리 군도 독자적인 군사정찰 위성 획득을 목표로 하는 ‘425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독자 정찰위성은 북한 위협을 실시간 탐지하고 선제 타격하는 군의 대응 시스템(킬 체인)의 ‘눈’으로 불린다.
지구 상공 500~600㎞에서 수십㎝ 크기 물체를 식별하는 정찰위성은 첨단기술의 총합체로 불린다. 기술 장벽이 높고 비용 부담이 큰 탓에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소수의 국가만 자체 군사용 정찰위성을 운용 중이다. 정찰·통신·항법위성은 킬체인과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 인프라 역할도 맡는 까닭에 군사적·산업적으로 상당한 중요한 전략 자산이다.
425사업은 방사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 탑재 위성 4기와 전자광학(EO)·적외선(IR) 탑재 위성 1기 등 정찰위성 5기를 지구 궤도에 올려 전력화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1조 20000억 원으로 최종 전략화 목표 시기는 2025년으로 예상된다.
그간 한국군은 독자 정찰위성이 없어 대북 위성정보를 미국 정찰위성에 크게 의존해왔다. 올해 말부터 정찰위성 5기가 순차적으로 전력화되면 2시간마다 북한 미사일 기지와 핵실험장 등에 대한 밀착 감시가 가능해진다. 우리 군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30cm 급으로 알려졌다. 해상도 3m급으로 추정되는 북한 정찰위성과 비교하면 100배가량 정밀한 영상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군 정찰위성 1호기의 발사 시점은 올해 12월로 결정됐다. 방위사업청은 이같은 내용을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밝혔다. 정찰위성의 발사 장소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더그 공군기지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덴버그 기지는 전략핵잠수함(SSBN), 전략폭격기와 함께 미국의 ‘3대 핵전력’이자 확장억제 수단으로 꼽히는 미니트맨3(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 발사 장소다.
전자광학·적외선(EO/IR) 위성 1호기가 올해 12월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어 발사되는 것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800㎏급 정찰위성 5기를 지구 궤도에 순차적으로 올리게 된다. 앞서 군은 2020년에 군사전용 통신위성인 ‘아나시스 2호’를 팰컨9 로켓을 이용해 쏘아 올린바 있다. 지난해 8월 한국의 첫 달 궤도선 ‘다누리(KPLO)’도 팰컨9에 실려서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우리 군이 정찰위성을 발사하기 위해 스페이스X의 발사체를 이용하는 것은 위성의 크기와 무게 탓이다.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에 탑재된 위성 8기의 무게는 총 500kg가 조금 넘는다. 하지만 우리 군이 사용할 정찰위성은 800㎏급으로 국내 개발 발사체를 이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런데 왜 425란 명칭을 쓸까. 통상 4월25일이나 개발하려는 정찰위성의 제원을 떠올리곤 하지만, 전혀 예측하지 못한 어원에서 비롯했다. 구름 낀 날씨에도 관측이 가능한 고성능 영상레이더(SAR)를 탑재한 위성과 전자광학(EO) 및 적외선장비(IR) 감시장비 장착 위성의 영문명에서 따왔다. 각각의 ‘SA’와 ‘EO’를 합쳐 아라비아 숫자로 ‘425’로 표시한 것이다.
‘425 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면서 몇 가지 문제가 생겼다.
우선 다부처 SAR 위성 도입 계획이 2028년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라 2028년까지 4~5년간의 갭(gap)을 어떻게 메울 것이냐는 것이다. 우주 안보를 위해 촘촘하게 위성 배치되도록 다수의 위성을 쏘아 올려야 하는데 상당 기간 구멍이 생긴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 정부기관들이 정보기관 및 군 정보 분석용으로 민간 업체 SAR 위성들을 적극 활용하는 정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가 전시상황 해외 민간위성을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최근 국방부가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를 계기로 전시 민·관·군 우주자산의 통합 활용을 논의하는 첫 비공개회의를 열었다”며 “이 자리에는 국가정보원과 함동참모본부 등 정보기관들도 참석했다”고 전했다.
회의에선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적극 활용된 사례를 교훈 삼아 해외 상용 감시·정찰위성을 전시에 활용할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정보본부 정찰위성사업(425사업)팀은 2017년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자 이스라엘, 프랑스, 독일을 상대로 정찰위성 임대를 추진하기도 했다. 해외 정찰위성은 풍계리 핵실험장이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등의 위성 정보를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궤도 적합성, 임대비용 등 협상에 진척이 없어 임대사업은 무산됐다.
게다가 4기의 SAR 위성과 1기의 광학 위성이 전력화될 경우 위성의 재방문 주기를 고려할 때 특정 지점을 평균 2시간 단위로 관측할 수 있다. 약 2시간의 감시 공백이 발생한다. 초소형 군집 위성을 활용해 해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위성을 초소형으로 제작해 군집 형태로 운용하면 낮은 비용으로도 위성이 같은 지점 정찰을 위해 궤도를 한 바퀴 도는 재방문 주기를 줄일 수 있다. 군은 초소형 군집위성을 자체 개발은 물론 외국의 군집 위성 전문업체로부터 전시에 위성을 빌려오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급격히 고도화하고 있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우크라이나처럼 SAR 위성, 특히 소형 및 초소형 SAR 위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북한은 한·미 양국군을 기만하고 한국형 3축 체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 숫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고, 심야 등 취약 시간대에 저수지·철도 등 의외의 장소에서 기습 발사하며 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종전 전자광학 위성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수의 초소형 위성을 쏘아 올려 재방문 주기를 30분으로 단축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지난 2월 2030년까지 1조4223억 원을 투자해 총 40기의 초소형 위성(SAR위성 36기, 전자광학 카메라 위성 4기)을 궤도에 올리는 초소형 위성체계 개발사업을 발표했다.
우주 안보 강화를 위한 북한 위협에 대응할 감시, 정찰 가능한 위성 개발에 방위산업체도 본격 뛰어들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한화시스템은 지난 5월 17일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초소형 위성 체계 개발 사업’을 위한 SAR 검증 위성 1기 개발 계약을 맺었다. 각각 672억원, 679억원 규모다.
군 정찰위성은 사용 연한이 최대 5년이다. 24시간 풀 가동되기 때문에 성능 구현에 한계가 있다. 이를 감안해 군은 ‘425 사업’의 후속 프로그램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국방부가 약 3조원을 들여 대형 정찰위성 12기를 새로 개발하는 것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발사 예정인 한국군 사상 첫 독자 정찰위성 5기에 이은 후속 정찰위성 도입 사업이다.
군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국방부 직할 정보본부는 군 최초 정찰위성 프로젝트 ‘425 사업’ 후속으로 레이더 위성(SAR) 10기와 전자광학(EO) 위성 2기를 추가 개발하는 내부 계획을 최근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한국이 보유한 정찰 위성은 관측 겸용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시리즈가 유일했다. 이런 탓에 군은 대북 관련 정찰 정보를 미국에 주로 의존해 왔다. 추가로 발사할 위성 12기는 국가우주위원회 2021년 말 10년간 발사 예정이라고 밝힌 170여 기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물량이다. 425 사업의 규모 보다 2배 이상 커져서 위성 제작 기업 및 연구개발(R&D) 기관 등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 전역을 상대로 24시간 정찰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최대한 길게 잡아도 위성 수명은 5년을 넘기 어려운 게 기술적 한계다. 이 때문에 국방부가 425 후속 사업을 서두르는 것이다. 정찰위성의 임무 수행 한계를 보완하고자. 그렇기 때문에 올해 말부터 발사될 5기가 늦어도 2029년엔 수명을 다할 수 밖에 없어 차질없는 계속임무(감시·정찰) 수행을 위해 위성 12기의 추가 개발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위해 425 사업으로 쏘아 올리는 정찰위성 5기를 보완할 소형 군집위성 51기 개발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측 공백 시간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5기 가운데 SAR 위성 4기의 한반도 방문 주기는 약 2시간이다. 이 두 시간 공백을 메우기 위해 51기의 위성을 추가로 띄우기로 했다. 51기 가운데 11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EO 위성이다. 나머지 40기는 국방부가 SAR 위성으로 개발한다. EO 위성 11기는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상세 설계 중에 있다. SAR 위성 40기와 관련해선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한화시스템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검증 위성 1기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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