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역대 두 번째 '위업', 구승민이기에 더 빛난 '가치'…이제는 그 누구도 못한 '최초'에 도전한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최근 개인 통산 100홀드를 달성했던 구승민(롯데 자이언츠)이 KBO리그 역대 두 번째의 '위업'을 달성하면서 현역 선수들 중에서 가장 먼저 '최초'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손에 쥐었다.
구승민은 31일 대전 한황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 팀 간 시즌 11차전 원정 맞대결에 구원 등판해 1이닝 동안 투구수 11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시즌 20번째 홀드를 손에 넣었다.
구승민은 롯데가 5-2로 앞선 8회말 '홀드' 요건이 충족되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김상수에게 바통을 넘겨받은 구승민은 선두타자 노시환과 6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133km 슬라이더를 위닝샷으로 구사, 삼진을 솎아내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계속해서 구승민은 채은성을 초구에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고, 이진영에게는 145km 직구를 던져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군더더기 없이 1이닝을 삭제시켰다. 그리고 지난 8월 17일 SSG 랜더스전 이후 5경기 만에 홀드를 손에 넣으며 최근 부진을 털어내는데 성공했다.
2013년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 전체 52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은 뒤 2018년부터 '필승조'로 거듭난 구승민은 2020시즌 20홀드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4년 연속 20홀드를 쌓으면서 안지만(前 삼성 라이온즈, 2012~2015년)에 이어 KBO리그 역대 '두 번째'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20홀드를 넣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구승민은 롯데가 상승세를 타던 4월 12경기에 등판해 8홀드 2세이브를 수확했다. 그리고 5월에도 3홀드 평균자책점 2.79로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6월 롯데가 하락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홀드를 쌓을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과 함께 부진이 겹치면서 6~7월 3홀드 밖에 쌓지 못했다.
하지만 올스타 브레이크 휴식을 취한 뒤 구승민은 다시 시즌 초반의 좋았던 모습을 되찾고 있다. 구승민은 최근 부진에도 불구하고 이날 전까지 8월 14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5홀드 평균자책점 3.38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특히 팀이 7연패에 빠져 있는 가운데 3점차의 리드를 마무리에게 고스란히 넘겨주면서 17일 SSG전 이후 5경기 만에 '위업'을 달성했다.
메이저리그는 물론 일본프로야구, KBO리그까지 야구에서는 선발 투수를 바라보는 눈과 불펜 투수에 대한 시선이 다르다. 특히 팀의 승리를 지켜내는 마무리 투수에 비해 '셋업맨'의 경우 꾸준한 활약을 펼치더라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 그렇기 때문에 4년 연속 20홀드는 구승민이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구승민이 4년 연속 20홀드를 기록하기 전까지 해당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선수는 안지만이 유일했다. 그만큼 '셋업맨'으로서 부진 없이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것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특정 '요건'이 충족됐을 때 등판하는 마무리와 달리 셋업맨은 근소한 격차로 지고 있거나 이기고 있을 때는 물론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서도 마운드에 올라야 할 정도로 등판 타이밍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구승민의 기록이 더욱 '가치'가 있는 이유는 더 있다. 안지만의 경우 삼성이 '왕조'의 길을 걸을 때 쌓은 기록, 지난 2019~2021년까지 세 시즌 연속 20홀드를 기록했던 주권(KT 위즈)과 4시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정우영(LG 트윈스) 또한 팀이 매년 가을무대를 밟을 정도로 강팀에서 기록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구승민의 경우 2017년 이후 포스트시즌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제 몫을 다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승민은 KBO 역대 두 번째로 4년 연속 20홀드의 고지를 밟은 뒤 "지난 4년을 돌아보면, 뿌뜻한 감정이 먼저 드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기록은 팀이 있어서 만들 수 있었다. 감독, 코치님들이 도와주셨고 야수들도 집중해 줘서 자연스럽게 기록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기쁜 소감을 밝혔다.
KBO리그에는 아직까지 5년 연속 20홀드를 기록한 선수는 없다. 안지만은 현역에서 은퇴했고, 3년 연속 기록을 이어가던 주권은 지난해 15홀드에 그치면서 기록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최초'가 될 기회는 구승민만이 쥐고 있다. 하지만 그는 "다음 기록을 생각하기보다는 내년에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중간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을 아꼈다.
롯데는 최근 래리 서튼 감독이 건강의 문제로 지휘봉을 내려놓는 등 뒤숭숭한 상황을 겪었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일단은 이날 7연패에서 벗어났다. 구승민은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 연패를 끊었으니 이 계기로 더 집중하고 한 경기 한 경기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며 "변함없이 응원해 주시는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잊지 않고 남은 시즌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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