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즉설]이재명의 기습적 단식, 쫌 당황한 검찰 어떡하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검찰 소환을 앞두고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막다른 골목에서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건데요. 뜬금없는 행동 같지만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이 대표가 왜 이 시점에서 기습적인 단식 농성을 벌일 수밖에 없는지 어떤 노림수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검찰의 시간표 뒤집어버린 이재명
검찰과 이재명 대표는 검찰 출석일을 놓고 근 한달 간 샅바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검찰이 두 번이나 날짜를 통보했는데 이 대표는 'NO'했어요. 검찰이 지난달 23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30일 자 출석을 요구했는데 이 대표는 "다음 주 당무 등으로 전혀 시간을 낼 수 없으니 당장 내일(24일) 가겠다"고 맞섰죠. 검찰은 조사할 준비도 안 됐는데 이 대표가 당장 가겠다며 허를 찌른 것 입니다.
검찰은 이어 9월 4일 자로 소환 날짜를 통보한 상태인데요. 이 대표는 이 날짜에도 출석할 의사가 없고 정기국회 본회의가 없는 주에 출석하겠다고 맞서고 있는 상태 입니다. 정기국회 일정을 보면 1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5-8일은 대정부 질문이 있고, 그다음 주인 9월 11-15일이 특별한 일정이 없습니다. 이 날짜에 소환하면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는 말인데요. 일단 검찰의 소환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느닷없이 단식에 들어가 버렸습니다.
검찰의 시간표와 시나리오는 사실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습니다. 이 대표에 대한 사법처리는 검찰의 구속영장청구, 국회 보고와 체포동의안 표결,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 순으로 진행됩니다. 이 대표가 9월 셋째 주에 검찰 조사를 받게 된다면 그다음 주에 백현동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을 묶어서 영장을 치는 수순입니다.
검찰의 영장 청구에서 국회 보고까지는 2-3일이 걸리고, 국회는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본회의를 열어 표결해야 합니다. 이 기간을 감안하면 여야 합의로 이미 정해져 있는 본회의 날인 9월 21일 또는 9월 25일 표결에 부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가결되면 이 대표는 추석 연휴 이전인 27일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속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국회 표결에서 부결될 수도 있고, 영장심사에서 기각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2월 1차 체포동의안 표결보다 가결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영장심사보다 국회 표결이 더 무서워
이 대표의 단식 농성은 이런 검찰의 시간표를 완전히 뒤집어 버렸습니다. 검찰의 계산대로 순순히 따르지 않겠다는 의도인데요. 단식 농성에 들어가기 전 이 대표의 1주년 기자간담회 내용을 잠깐 살펴보도록 하죠.
이 대표는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면서 "오늘부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이동관 방통위원장 선임 등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죠.
그러면서 민생 파괴·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죄,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 천명 및 국제 해양재판소 제소, 전면적 국정 쇄신 및 개각 단행 등을 요구했습니다.
이 대표가 단식에 돌입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봐야 합니다. 검찰의 시간표대로 가면 추석 전 체포동의안 표결을 해야 하는데 '이것만은 절대 안 된다'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가결이 되든 부결이 되든 둘 다 타격이 큽니다. 가결되면 정치생명이 거의 끝이라고 봐야 하고, 부결되더라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체포동의안을 표결하면 추석 차례상 안주거리로 오르기에 딱 좋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 대표는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치지 않고 직접 영장심사를 받는 방식을 희망하고 있죠. 그는 지난 6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받겠다"고 밝혔고, 민주당도 국회 표결이 없는 비회기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노골적으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법원의 영장심사보다 국회의 표결을 훨씬 더 무서워하는 것 같습니다.
◇하루아침에 닭 쫓던 개 신세된 검찰
이 대표의 단식은 이런저런 사항을 다 고려한 정치적인 승부수입니다. 이 대표가 단식 농성을 계속하고 있으면 검찰의 일정은 다 틀어질 수밖에 없어요. 물론 검찰은 이 대표가 단식에 돌입한데 대해 "일체의 고려없이 수사 상황에 맞게 수사를 진행해 나갈뿐"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31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출석 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마음대로 안 된다고 단식해선 안 된다'고 이 대표 본인이 말씀했다"면서 "개인 비리 수사에 단식으로 맞서는 것인가. 워낙 맥락 없는 일이라 국민들께서 공감하실지 모르겠다"고 비판했습니다.
검찰이 단식 중인 야당 대표를 소환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 입니다.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자칫 검찰 조사를 받다가 단식으로 허약해진 이 대표가 드러누우면 상황이 복잡해 집니다.
이 대표의 단식이 길어진다면 결국 119구급차에 실려가야 하는데 검찰이 입원한 사람을 잡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에요. 그렇다면 어차피 추석 전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는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이 대표는 단식 투쟁으로 시간을 벌면서 추석 이후의 플랜B를 구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하루아침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습니다. 이 대표의 승부수에 검찰이 어떻게 응수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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