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됐는데…대출금리는 '우상향'
3%대 유지하던 인터넷전문은행도 4%대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5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은행권 대출금리는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까지 1금융권중 유일하게 3%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유지하던 카카오뱅크마저 4%대로 올라섰다. 미국 채권 금리 상승 등으로 시장 불안이 이어지며 시장금리가 따라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다시 오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31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83~6.30%,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32~6.95%로 나타났다. 지난달 14일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06~5.93%, 변동형 주담대는 연 4.21~6.17% 수준이었다.
금통위가 지난 24일에도 2월, 4월, 5월, 7월에 이어 5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대출금리는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올해초 금리 상단이 8%를 넘어섰던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는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과 동시에 은행채 등 자금조달 비용이 줄면서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대출금리가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행채(금융채) 금리가 이달 중하순부터 꾸준히 높아진 영향이 크다. 이는 은행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된다.
5대 시중은행중 국민·우리·농협은행은 변동금리의 경우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준거 금리로 삼지만, 신한·하나은행은 금융채를 준거 금리로 삼는다. 아울러 은행들의 고정금리는 모두 금융채 금리를 기준으로 한다.
최근 주담대를 늘리기 위해 1금융권중 유일하게 3%대 저금리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쳤던 카카오뱅크 주담대도 4%대로 올라섰다. 카카오뱅크는 최근까지 4~6%대 수준의 금리로 주담대를 제공하던 시중은행과 달리 마이너스 가산금리까지 적용하며 업계 최저 금리로 주담대 영업을 공격적으로 펼쳐왔다.
31일 기준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고정 금리는 연 4.187~6.686%로 집계됐다. 지난 18일 3.983~6.612%였던 때와 비교하면 금리 상·하단이 각각 0.074%, 0.204% 상승했다. 주담대 변동 금리 또한 이날 기준 4.073~7.039%로 금리 하단이 4%대를 넘었다.
케이뱅크의 경우 신 잔액 기준 주담대 금리가 3.69%로 업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대환대출 고객에게 한정된다.
미국 채권 금리 때문?
최근 몇달간 하향 안정화 추세였던 대출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는 건 시장 금리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정형 주담대와 일부 은행의 주담대 준거 금리인 금융채 5년물(AAA) 금리는 미 국채 금리 급등 쇼크 영향으로 올들어 최고 수준인 연 4.4% 수준까지 높아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채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이를 준거 금리로 삼는 주담대 금리 또한 함께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미국 채권금리는 전고점 수준에 도달하며 금융시장의 위험 요인으로 부각했다"며 "지난 8월 초반 국제 신용평가 기관 피치(Fitch)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가운데 미국 국채 10년 금리는 장중 한때 4.20%대에 진입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 5년물(AAA) 금리는 지난 3월9일 4.446%를 기록하고 계속 내림세를 기록하다가 지난 3월20일 3.900%로 3%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지난 5월23일 4.032%를 기록하며 다시 4%대에 올라섰다. 이후 상승세를 보이던 은행채 금리는 지난 22일 4.412%까지 오르며 최고치를 찍었다.
대출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미금리차가 2%로 역대 최대로 벌어져 있고, 최근 은행권 연체율 상승, 가계부채 증가와 해외 자본유출 우려 등으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인식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시장 원리에 따라 채권공급이 늘어나면 금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8월 들어 신한은행의 은행채 발행 증가 등에 영향받아 시중 은행채가 소폭 순발행 기조를 보이고 있다"며 "이같은 순발행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경제 악화로 당분간은 시장금리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또한 "시장 상황이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은행도 대출 금리는 계속 오를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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