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주인공인 오페라가 있다…‘닥터 아토믹’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찬사받았지만 자신은 '세상의 파괴자'로 자책한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흥행을 이어가면서 그의 삶을 그린 오페라 '닥터 아토믹'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영화의 뼈대가 된 오펜하이머 전기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가 2005년에 출판됐으니, 영화와 오페라의 원작은 다르다.
영화는 맨해튼 프로젝트 이전의 오펜하이머의 삶에도 비중을 두지만, 오페라는 원폭 실험 자체에 집중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찬사받았지만 자신은 ‘세상의 파괴자’로 자책한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흥행을 이어가면서 그의 삶을 그린 오페라 ‘닥터 아토믹’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 작품은 미국 현대음악 작곡가 존 애덤스(76)가 작곡했고, 2005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극장에서 초연했다. 애덤스는 이 오페라의 서곡과 간주곡, 아리아들을 모아 40분짜리 교향곡으로도 발표했다.
2막 3장 구성의 오페라는 첫 원폭실험 직전인 1945년 6월,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 연구실을 배경으로 막이 오른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맨해튼 프로젝트’ 물리학자들의 고뇌와 내적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 오펜하이머와 그의 부인 키티, 그로브스 장군과 물리학자 텔러 등 주인공들도 겹친다. 오페라가 국내에서 공연된 적은 없지만 인터넷에서 뉴욕 메트 오페라극장 공연 영상물을 접할 수 있다. 오페라는 영국과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도 공연됐고, 미국에선 유수의 오페라극장들이 요즘도 간혹 무대에 올린다. 오페라 음반은 쉽게 구할 수 있다.
오페라 연출가 피터 셀러스(66)가 역사적 사실에 바탕해 극을 구성했다. 2000년에 기밀이 해제된 핵실험 문서들과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의 인터뷰와 일기, 편지 등을 두루 참고했다. 원래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극장 쪽이 제안한 오펜하이머의 캐릭터는 ‘악마와도 거래하는 20세기판 파우스트 박사’였다. 하지만 작곡가와 대본가는 자료를 조사할수록 고뇌하고 번민하는 오펜하이머의 인간적인 모습에 끌리게 됐다고 한다. 영화의 뼈대가 된 오펜하이머 전기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가 2005년에 출판됐으니, 영화와 오페라의 원작은 다르다.
오페라야 음악 자체이지만 영화에서도 루드비그 예란손의 음악이 커다란 몫을 담당한다. 짧게 끊어 반복되는 격렬한 오케스트라 음들이 폭발 직전의 공포를 고조시키며 관객의 가슴을 조여드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오페라에서도 애덤스 특유의 ‘미니멀리즘 음악’들을 만나게 되는데, 영화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 영화와 오페라의 관현악 부분만을 따로 비교해보는 것도 감상 포인트 가운데 하나일 듯하다.
영화에서 오펜하이머는 엘리엇의 시 ‘황무지’를 읽고,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들으며, 피카소의 그림을 감상한다. 오페라에서 오펜하이머와 부인 키티는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의 시들을 애송한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보면, 실제로 오펜하이머는 청소년기에 엘리엇에 빠져들었고 핵실험을 앞둔 불안과 초조의 시기엔 보들레르의 시 ‘악의 꽃’을 자주 낭송했다. 오펜하이머는 나중에 자신에게 가장 심오한 영향을 끼친 책으로 ‘악의 꽃’을 꼽았다.
영화와 오페라의 가장 큰 차이는 다루는 범위다. 영화는 맨해튼 프로젝트 이전의 오펜하이머의 삶에도 비중을 두지만, 오페라는 원폭 실험 자체에 집중한다. 부인 키티가 영화에선 단호한 면모를 보이지만 오페라에선 외롭고 사랑스러운 측면이 강조된다.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불리는 애덤스는 역사적 사실을 담고 현실에 발언하는 곡들을 많이 썼다. 리처드 닉슨의 1972년 중국 방문을 다룬 ‘닉슨 인 차이나’가 그의 첫 오페라다. 오페라 ‘클링호퍼의 죽음’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뤘다. 9·11 참사를 추모하는 작품으로 퓰리처상도 받았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단독] ‘그런 식이면 농업정책 파탄’…이균용, 해명과 정반대 판결했다
- “차라리 홍범도·백선엽 흉상 한자리 두자…항일·친일 알도록”
- “사즉생” 배수진 친 이재명…사법리스크에 효과 회의론
- 박정훈 대령 입건 이튿날…군검사 “무서운 일, 사본 잘 보관하라”
- 1년에 137일 굶는다…‘북극곰의 눈물’ 닦아줘야 할 과학적 이유
- 국방부, ‘홍범도 흉상 존폐’ 꼼수…한 총리 “함명 수정 검토”
- 우럭탕 한 그릇 비운 윤 대통령 “상인들 힘 나면 좋겠다”
- 이균용 후보자 아들, 대학 1학년 때 ‘김앤장 인턴’ 특혜 의혹
- 정부 스스로 손 묶은 통화·재정정책…한국경제 ‘상저하저’ 되나
- 스무살 멜론, 유튜브뮤직 주저앉히고 왕좌 지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