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있으니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중하라"는 대법원 사실상 반대

"사형제 폐지 뒤 대체 형벌로 고안된 사례"
"사형제 유지되는 우리나라와 상황 달라"
법무부 "법관이 죄질에 따라 선택 가능해"

정부, 여당이 강력 범죄자의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법원이 반대 의견을 시사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흉악 범죄가 잇따르면서 26년째 집행한 적 없는 사형 대신 20년을 복역해도 가석방될 수 없는 종신형을 만들겠다는 취지인데 대법원이 사실상 반대한 겁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최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형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의견 조회 요청에 “신중해야 한다”고 회신했습니다.

대법원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유럽과 미국에서 사형제를 없애고 대체 성격으로 고안한 형벌이라며 사형제가 있는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름을 강조했습니다.

사형제도를 현재처럼 유지한 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대법원은 밝혔습니다.

또 대법원은 사형제를 유지한 채 제도를 도입하면 일반 범죄까지 이 같은 선고가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형 못지 않은 중한 형벌을 추가로 도입하는 것이어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선고 가능한 범죄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은 프랑스,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있는 나라의 상당수는 특정 범죄행위에 대해 예외적으로 특별 규정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 범죄 종류는 유지한 채, 판사가 가석방 금지 여부만 판단하도록 하는 형태입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발의한 형법 개정안 제안이유에도 법원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판결을 선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고 돼 있습니다.

사형 제도가 현재처럼 유지되는 상황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까지 병행하고자 하는게 정부, 여당의 방침인 셈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법관이 죄질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주는 것이다.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고 최근 밝히기도 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