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은 계속됩니다"…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도약하는 우상혁

하남직 2023. 9. 1.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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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코치에게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서 평정심 잃었다"고 털어놔
취리히 다이아몬드리그서 2m31 넘고, 한국 최초 파이널 진출
바를 넘는 우상혁 (취리히 로이터=연합뉴스) 우상혁이 1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취리히 다이아몬드리그 남자 높이뛰기 경기에서 바를 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과 김도균 국가대표 코치는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진출을 확정하며 '한국 육상 최초 기록'을 쓴 날에도 긴장감을 풀지 않았다.

우상혁은 1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 레치그룬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연맹 취리히 다이아몬드리그 남자 높이뛰기 경기에서 2m31을 넘어 3위에 올랐다.

다이아몬드리그 랭킹 포인트 20점을 채운 우상혁은 2023시즌 4위로, 6위까지 얻는 파이널 진출 티켓을 손에 넣었다.

다이아몬드리그는 세계 정상권 선수만 출전하는 대회다. 그중 남자 높이뛰기 랭킹 포인트 상위 6명만 출전하는 파이널은 육상 선수들에게는 올림픽, 세계선수권 다음으로 중요한 대회로 꼽힌다.

도쿄 올림픽 4위(2m35), 2022년 세계실내선수권 우승(2m34), 다이아몬드리그 개별 대회 우승(2022년 도하 대회 2m33), 2022년 세계선수권 2위(2m35) 등 한국 육상의 새 이정표를 여러 개 세운 우상혁의 이력서에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진출'이라는 빛나는 한 줄이 추가됐다.

하지만, 올해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6위(2m29)에 머물러 2회 연속 메달 획득에 실패한 아쉬움이 남았고, 중요한 대회도 두 개 앞둔 터라 우상혁은 기쁨을 만끽하기보다는 '문제점 분석'에 더 열을 올렸다.

우상혁은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이 끝난 뒤, 김도균 코치에게 "평정심을 잃었다. 너무 욕심을 내다보니 그동안 준비한 걸 보여주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무너진 마음은 불안정한 조주(도움닫기 전 달리는 구간)로 이어졌다.

김 코치는 "세계선수권과 취리히 대회 초반에 우상혁의 조주가 일정하지 않았다"며 "우상혁이 세계정상급 선수와 경쟁한 건 최근 2년 정도다. 경험 부족이 부다페스트에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우상혁은 좌절하지 않았고 평정심을 되찾고 있다.

이날 우상혁은 2m28과 2m31을 3차 시기에서 성공했다.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심적인 부담을 극복했다.

김 코치는 '안정된 조주'로 우상혁의 반등을 확인했다.

그는 "우상혁이 2m31을 3차 시기에 넘을 때와 실패하긴 했지만 2m35를 시도한 두 번의 시기에서 '좋을 때의 리듬'을 보였다. 최근 가장 안정된 조주였다"고 설명했다.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6위에 머문 우상혁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우상혁은 2일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 시간으로 9월 16∼17일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리는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을 준비한다.

헤이워드 필드는 지난해 우상혁이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따낸 장소다.

김 코치는 "2m30을 꾸준히 넘으면 언제든 우승 기회가 있다고 본다"며 "다만 지금은 우상혁이 순위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신의 기량을 실전에서 모두 보여주는 데 신경 썼으면 한다.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까지는 심리적인 안정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둘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이 끝나도 우상혁은 쉴 수 없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9월 23일에 개막하고, 남자 높이뛰기 결선은 10월 4일에 열린다.

항저우에서 우상혁과 우승을 다툴 무타즈 에사 바르심(32·카타르)은 이날 취리히 대회에서 2m35를 넘어 우승했다.

바르심은 부다페스트에서 2m33으로 3위를 하며 세계선수권 4연패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취리히 대회에서 다시 정상에 오르며 '현역 최강'의 위상을 과시했다.

김도균 코치는 "부다페스트에서는 바르심의 몸이 무거워 보였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전했다.

바르심, 취리히 다이아몬드리그 우승 (취리히 AP=연합뉴스) 바르심이 1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취리히 다이아몬드리그 남자 높이뛰기 경기에서 우승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바르심의 재도약은 우상혁에게 좋은 자극제가 됐다.

우상혁도 김 코치와 경기를 복기하며 "나도 취리히 대회에서는 지난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보다 좋은 느낌을 받았다"며 "계속 노력하면 어느 대회에서건 우승할 기회가 온다"고 했다.

김도균 코치는 "선수가 직접 체감하고 체득하면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진다"며 "사실 올해 우상혁은 발뒤꿈치 통증, 부비동염 수술 등 악재가 많았다. 올해 남은 경기를 잘 치르면,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다. 2023년에 여러 경험을 해,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내년에는 한결 더 수월하게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고 우상혁을 다독였다.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우상혁은 "도전은 계속됩니다"라며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아시안게임까지 열심히 달리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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