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집값 바닥론 나오는데 '경고' 목소리 내는 이유
"경제 불안 등 하락 요인 강력"…하반기 하락 전망도
미분양 많은데 청약 열기…엇갈린 지표에 전망 분분
최근 국내 아파트 가격이 지속해 상승하고 청약 시장 경쟁률도 눈에 띄게 오르면서 집값 바닥론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반면 지금은 대세 상승을 전망하기에는 이르다며 이른바 영끌 등에 대한 우려의 메시지도 쏟아진다.
거시경제 불안 등 부동산 시장 침체 요인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게 이런 우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부동산 시장을 들여다봐도 거래량이 여전히 부족하고 미분양 주택은 평균 이상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에 상승·하락 요인이 혼재한 영향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리는 분위기다. 당분간 이런 혼란한 흐름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연구원·한은 등 '집값 바닥론'에 선 그어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의 주택 시장 흐름과 향후 과제를 짚었다. 정부가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 규제 완화 정책이 시장 경착륙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게 주 내용이다.
다만 일각의 분석처럼 시장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에 따라 정부가 그간의 완화 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이수욱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진단 결과 여전히 불황·수축이 지속되고 있으며 거시경제 불안 등 하락 요소들도 여전히 강력한 상황"이라며 "시장 회복까지는 더 긴 인내의 시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높아진 물가와 소폭의 금리 인상 및 경기 침체 가능성 등은 주택 시장 회복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또 미분양 주택이 평균 수준에 비해 많고, 거래량은 일시적 회복 후 점차 감소하는 상황이어서 시장 회복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부동산 시장 바닥론에 회의적인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의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지금 부동산 관계 대출이 늘어난 것은 많은 사람이 금리가 떨어질 거로 예측하고 '집값이 바닥이니 대출받자'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10여 년 동안 금리가 굉장히 낮았고, 젊은 세대들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낮은 금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며 "하지만 (부동산 투자는)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도 부동산 시장이 회복하기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백광제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국채·은행채 발행 증가에 따른 시장 금리 상승, 중심지 입주 물량 증가에 따른 연쇄 이주 및 역전세난 리스크 증가를 고려하면 하반기 가격 하락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실제로 신용리스크 증가 등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은 시작됐고, 중장기적으로 국제유가 상승 및 환율 상승에 따른 추가 인플레 우려도 있는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거시경제 불안 속 집값 상승…엇갈리는 전망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거시경제 불안이 지속하는 속에서도 국내 부동산 시장의 경우 눈에 띄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일시적 반등으로 볼 건지, 아니면 대세 상승으로 볼 건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셈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가격은 두 달 가까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서울의 경우 14주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청약 시장의 경우 서울은 단지마다 수백 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다만 최근 일부 지표의 경우 다소 주춤하는 흐름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량의 경우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간 지속해 증가세를 보였는데 7월 들어서는 다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미분양 주택도 올해 들어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6만 가구 이상으로 평균 이상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이처럼 집값 상승·하락 요인이 혼재한 영향으로 전문가들의 전망 역시 분분하다. 당분간 이런 흐름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젊은 실수요자들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을 경우 향후 집값이 혹여 떨어지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과거 2008년에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집값이 떨어졌다가 반등했는데 이후에는 다시 침체기가 이어지면서 많은 이가 고생을 한 바 있다"며 "지금도 지난 2020~2021년에 생긴 부동산 버블이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수요자들이 신중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정부나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최근 부동산 반등 흐름을 가만히 두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충분히 내놓을 수 있는 메시지"라며 "다만 최근 가격 회복세가 다소 주춤하기는 하지만 수요자들이 금리에 적응된 데다가 정부가 규제 완화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여러 시장 분위기는 연착륙을 넘어 상승에 대한 준비를 계속하고 있는 거로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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