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올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읽는 3가지 관전 포인트
오는 10월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지난 5월18일 대법원 판결로 김태우 당시 강서구청장이 직을 잃으면서 시작된 선거다. 김 전 구청장의 죄명은 ‘공무상 비밀 누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으로 파견된 김태우 전 구청장은 2018년 12월 청와대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했다. 민정수석실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의 비위 감찰을 무마했다는 내용이다(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월3일 1심에서 이 혐의를 포함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청와대는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김태우 전 구청장을 고발했다. 검찰(수원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 김욱준)은 수사 결과 김 전 구청장이 폭로한 16건 중 5건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2021년 1월8일 1심(수원지법 형사1단독 부장판사 이원석)은 기소된 5건 중 4건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전 구청장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도 국민의힘 후보로 지난해 6월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강서구청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당선 두 달 만인 지난해 8월12일 나온 2심(수원지법 형사항소 1-3부 부장판사 박정우·박평균·엄기표)도 1심과 같았고,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도 이를 그대로 확정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현행 선거구에 따르면) 49석에 달하는 서울 유권자의 표심을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선거다. 최근 4년간 선거 결과를 살피면,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강서구에서 강세를 보였다. 2020년 총선에서 강서구 갑(강선우)·을(진성준)·병(한정애) 지역구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2022년 대선에서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가 2.2%포인트 차이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앞섰다. 그렇다고 강서구가 국민의힘의 불모지라고 보긴 어렵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는 11.39%포인트 차이로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이겼다(서울 전체 득표율 차이는 18.32%포인트). 2022년 지방선거에서 김태우 당시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도 2.61%포인트 차이로 김승현 민주당 후보를 눌렀다. 지금껏 여덟 번 치러진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보수정당 후보는 세 차례 당선되었다.
국민의힘은 애초 무공천을 염두에 두었다. 국민의힘 당규에는 보궐선거 ‘귀책사유’가 당에 있다면 후보자를 내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8월15일 윤석열 대통령이 김태우 전 구청장을 사면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국민의힘은 후보자 등록을 20여 일 앞둔 8월31일까지도 공천 여부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김태우 전 구청장 출마 여부를 고려해 후보를 내려던 민주당의 고민도 길어졌다. 제3세력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총선 전 양당 정치에 균열을 낼 절호의 기회로 여기지만, 이들 간 연합은 지지부진하다. 강서구청장에 출마하기 위해선 9월22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마쳐야 한다. 각 정당과 진영에서는 ‘공천’ 수 싸움이 한창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읽는 3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 ‘김태우 공천’ 고심하는 국민의힘
“아이고 어렵다.” 김태우 전 구청장 공천에 대한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의 반응이다. 대법원 확정판결 3개월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구청장을 사면했다. 사면 직후 “강서구로 다시 돌아가겠다”라던 김 전 구청장은 8월18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태우 전 구청장의 사면을 공개적으로 옹호한다. “공익신고자”인 김 전 구청장이 범죄자가 되면 내부고발이 위축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사면과 공천은 별개라고 본다. 8월31일까지 국민의힘 지도부가 내놓은 공식 입장은 ‘논의된 바 없다’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라는 답변 정도다.
김태우 전 구청장을 공천하려면 당규에 명시된 ‘원칙’을 깨야 한다. 문제는 김 전 구청장을 공천하더라도 선거 승리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무리하게 공천했다가 낙선하면 곧바로 지도부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 후보가 강서구청장 선거에) 나가도 떨어진다. 뭐하러 우리가 공천해서 실신하는 장면을 만들겠느냐”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 ‘질까 봐 공천하지 않는다’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복잡하게 말할 거 없이 후보 내고 성적 받아보면 된다”라고 비꼬았다. 공천하기도, 하지 않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당 안팎에서 나오는 ‘사면이 곧 공천 시그널’이라는 해석도 당 지도부에 부담이다. 한 국민의힘 초선의원의 말이다. “국민적 비판을 감수하고 (김 전 구청장을) 사면·복권한 건 사법부의 판결이 ‘균형을 잃었다’는 판단 때문이지 않겠나. (대통령실은) 그게 선거와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지도부가 판단할 몫이다. 괜히 안 될 싸움에 나가서 국민에게 욕만 먹는 게 가장 당에 나쁜 그림이다.” 지도부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김태우 (강서구청장 공천) 가지고 용산(대통령실)과 줄다리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 후보 난립한 민주당, 공천 여진 남을까?
민주당에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두고 애초 예비 후보자 13명이 몰렸다. 통상 공천을 바라는 후보자가 많다는 건 해당 선거의 전망이 밝다는 걸 방증한다. 당초 국민의힘의 무공천 방침이 알려지면서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낙관이 횡행했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검증위)가 컷오프 결과 발표를 두 차례나 미루고 상황을 지켜봤지만 결국 후보군을 좁히지 못했다. 한 검증위 관계자는 “이번 선거의 중요성과 김태우 공천이라는 변수 때문에 결정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지역 여론’도 검증위를 머뭇거리게 했던 요인 중 하나다. 민주당 예비후보 명단(가나다순)에는 권오중 전 세종특별시 경제부시장, 김양정 전 청와대 행정관, 정춘생 전 청와대 비서관과 경만선·김용연·박상구·이창섭·장상기·한명희 전 서울시의원 등이 있었다. 강서구 민주당 원로·권리당원으로 구성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중앙당 전략공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비대위)’는 이 중 권오중·김양정·정춘생 후보를 지역 정치 경험이 없는 ‘낙하산 후보’로 규정하고 공천 반대운동에 돌입했다. 서울시의원 출신 후보 6명도 ‘낙하산 공천’을 반대한다는 합동 성명을 냈다.
홍성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비대위원장(민주당 강서구 갑 상임고문)은 “8월14일 ‘우리 후보’ 10명을 불러 페어플레이하고 당선된 사람을 위해서 모두 협력하자는 다짐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협력 대상’에서 권오중·김양정·정춘생 후보는 제외됐다. 공천이 내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천 후폭풍 관리’라는 과제가 민주당에 주어진 모양새다.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이목이 쏠리는 선거다.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고, 훌륭한 후보를 내야 한다. 지역의 목소리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지만, 100% 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증위 파행’ 후 새로 후보를 공모한 민주당은 8월30일 문홍선 전 강서구 부구청장, 정춘생 전 비서관,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 등 3명으로 후보자를 압축했다. 이날 한병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3명 후보자에 대해 “단수 공천을 할지, 전략공천을 할지, 2~3인(경선)으로 갈지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 정의당과 제3지대 연대, 가능할까?
제3지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총선을 앞두고 제3세력의 존재감과 파급력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라고 본다. 가장 먼저 정의당 류호정·장혜영 두 의원이 이끄는 정치 그룹 ‘세 번째 권력’이 보궐선거에서 ‘제3세력 공동 대응’을 제안했다. 세 번째 권력은 ‘문재인 정권의 위법(감찰 무마)’과 ‘범죄자에 불과한 폭로자(김태우 전 구청장)’에 방점을 두고, 이번 보궐선거의 책임이 양당 모두에게 있다고 규정한다. 그렇기에 더욱 “양당 체제를 극복”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당장 정의당 지도부가 제3지대와의 공동 대응에 소극적이다. 장혜영 의원은 8월14일 “당에서 어떻게 하는지 전달받은 게 없다.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사이 8월16일 권수정 전 서울시의원이 정의당 강서구청장 후보로 나섰다. 권 후보는 출마선언문에 “진보 진영의 힘을 모으자는 다양한 제안을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정의당 내 또 다른 ‘대안신당 당원모임’ 배복주 공동운영위원장(전 정의당 부대표)은 “당 지도부가 진보 4당에서 확장해 제3지대를 주도하는 전술을 보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다른 신당들의 관심도 이번 선거에서 자당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쏠려 있다. ‘한국의희망’을 창당한 양향자 의원은 “숟가락 얹는 것처럼 비치는 건 우리 당이 가야 할 방향이 아니다. 우리는 제대로 된 한국의희망 후보를 공천하기도 바쁘다”라고 밝혔다. 금태섭 전 의원(강서구 갑)이 이끄는 ‘새로운선택’도 12월로 예정된 창당 전, 무소속 후보를 내고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새로운선택 곽대중 대변인은 “다른 곳에서 하는 제안에 관심 없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서 어떤 후보를 낼지 보고 우리 후보를 내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