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KT) 보면 안 된다" LG 끝내주는 '60억 사나이'의 경험담, 우승 위한 길 '닥치고 직진'

잠실=안호근 기자 2023. 9. 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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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LG 박해민이 31일 두산전 끝내기 안타를 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박해민이 끝내기 안타를 날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래를 보면 안 될 것 같다."

정규리그 우승을 3회 겪어본 몇 안 되는 LG 트윈스 선수인 박해민(33)은 팀의 3연패를 끊어낸 뒤 이렇게 말했다. 무섭게 추격하는 KT 위즈를 신경 쓰기 보다는 제 갈길을 가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하면서도 쉽지 않은 말이다.

박해민은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 9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연장 10회말 2사 1,2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작렬하며 팀을 3연패에서 구해내는 3-2 승리를 안겼다. 박해민의 통산 3번째이자 LG 이적 후 첫 끝내기 안타다.

경기 후 만난 박해민은 "오히려 2아웃이라서 더 부담이 없었다"며 "이영하에게 강한 면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편한 마음으로 들어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아래(KT) 보면 안 된다" LG 끝내주는 '60억 사나이'의 경험담, 우승 위한 길 '닥치고 직진'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이끈 뒤 염경엽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박해민(오른쪽). /사진=OSEN
철저히 계산된 타격이었다. 박해민은 "첫 스트라이크 때 포크볼이 실투로 왔는데 뒤로 파울이 나면서 카운트가 불리해져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그런데 오늘도 구속을 보니까 152㎞까지 던지기에 항상 이영하를 만나면 빠른 공을 생각하고 2스트라이크가 되더라도 빠른 공 승부를 걸었는데 변화구가 오긴 했지만 워낙 그것도 빠르게 꺾이다 보니까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타율 0.295로 뛰어난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지만 9번 타순에서 자신을 희생하는 역할이 많이 주어지고 있다. 이날도 3회와 5회 선두 타자들이 출루하자 연이어 희생번트 사인이 나왔고 완벽하게 역할을 수행했다.

올 시즌 희생번트 22개로 KBO리그 전체 압도적 1위다. 2위 이재현(삼성·13개)와는 9개나 차이가 날 정도로 자신을 내려놓고 팀을 위한 희생을 많이 한 박해민이다.

타격감이 뛰어나기에 치고 싶은 마음이 클 법도 하지만 박해민은 "그런 마음은 이제는 없다. 팀이 이기는 게 정말 중요한 것"이라며 "희생번트가 많다는 건 그만큼 내 뒤에 좋은 동료들이 있기에 감독님께서 시키는 것이다. 벤치에서 나오는 사인을 충실히 이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은 경기 전 전력 분석을 할 때부터 1루 쪽으로 번트를 대자는 지시가 나왔다. 박해민은 "수비가 압박이 들어오는 것도 봤다. 100%(선행 주자를 아웃시키는) 작전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 방망이 끝에 맞히면서 1루나 투수 쪽으로 대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요즘 며칠 동안 번트 연습을 안 했는데 오늘 유독 하고 싶더라. 원래 코치님께서 안 해도 된다고 하시는데 오늘 나와서 연습을 했다"고 전했다.

희생번트를 하고 있는 박해민(오른쪽). /사진=OSEN
경기를 끝낸 박해민(오른쪽)을 오지환이 끌어안고 있다. /사진=OSEN
이러한 활약 속 3연패에 빠져 있던 LG는 승리를 챙기며 2위 KT와 승차를 4.5경기로 유지했다. 특히 지난 창원 3연전에서 묘한 상황이 겹치며 3연패를 당했던 터라 더욱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던 LG였다.

박해민은 "그런 일들은 경기하면서 잘 안 나오긴 하는데 어쨌든 창원에서 안 좋은 경기들을 하고 와서 쫓기는 기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며 "힘든 경기를 했지만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뒤집어 다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을 맞이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LG는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염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규리그 우승이 절실하다. 우승 경험이 부족한 LG에 박해민은 귀한 선수다. 2012년 삼성에서 데뷔해 이듬해 팀의 통합우승을 근거리에서 지켜봤고 2014년엔 주전으로 도약하며 직접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치열한 우승 경쟁에 대해 "밑을 보면 안 될 것 같다. 우리가 지금까지 시즌의 3분의 2를 정말 잘해왔다"며 "모든 선수들이 쫓기는 마음이 들면 소극적인 플레이가 나올 수 있다. KT와 6경기가 남았다고들 하시는데 우리는 내일 한화와 경기를 해야 하고 한화도 좋은 투수들이 나온다. 그런 걸(KT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눈 앞에 있는 플레이 하나하나에 더 집중을 해야 한다. 항상 또 리셋하고 다시 경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누구보다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즌 초반 최하위에 머물던 KT는 후반기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단숨에 LG를 위협할 수 있는 위치까지 도달했다. 박해민은 "그렇지만 KT랑만 경기할 게 아니다"라며 "내일도 중요한 경기고 우리에겐 남은 38경기가 정말 다 매 경기 소중하고 중요하다"며 현재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2014년에도 넥센(현 키움)에 맹추격을 당했으나 0.5경기 차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웃을 수 있었다. 박해민은 "그때도 똑같았던 것 같다. 넥센과 맞대결도 했고 쫓기는 기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 순간순간 더 최선을 다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끝내기 안타를 치고 기뻐하는 박해민(가운데)에게 동료들이 물 세례를 퍼붓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해민(왼쪽에서 2번째)과 그를 축하하는 동료들. /사진=OSEN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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