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무능·폭력정권에 국민항쟁”…극한 대치 불가피
당장 하루 뒤인 내달 1일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국회 다수당 대표가 현 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단식에 돌입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 만큼, 이번 정기국회는 역대 그 어느 정기국회보다 여야간 파열음이 클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내년 총선이 불과 7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 대표의 단식 투쟁이 촉발한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가 정기국회 내내 이어지면서 정국이 출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오늘, 이 순간부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며 무기한 단식 돌입을 선언했다. 이어 오후 1시부터 국회 앞 천막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등을 나열하며 비판한 뒤, 민생 파괴와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죄,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천명, 전면적 국정 쇄신과 개각 단행 등을 공개 요구했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선 "검찰 스토킹"이라며 "2년 가까이 400번이 넘는 압수수색을 통해 그야말로 먼지 털듯 털고 있지만 단 하나의 부정 증거도 없다"고 검찰을 비난했다.
이어 당내 일각의 사퇴 주장을 사실상 일축하면서, 내년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단식은 검찰 출석과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둔 '방탄 단식'이라고 깎아내렸다. 이 대표 단식에 대해 '동정론'이 일지 않도록 견제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대표는 전남 순천 현장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생을 챙기고 국민 삶을 돌봐야 하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웬 뜬금포 단식인가. 제1야당 대표가 직무유기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오직 자신만을 지키기 위한 제1야당 대표의 '뜬금포' 단식 선언이다. 법의 심판이 다가오니 어떻게든 관심을 돌려보기 위해 가장 치졸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며 "부디 대표직에서 내려오고 단식하시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대표 단식 돌입을 계기로 '전면 투쟁' 모드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이날부터 1박2일 국회 철야농성과 장외 투쟁 등을 병행하며 대여(對與) 공세에 당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사기 이념' 발언 등 최근 야권을 겨냥한 윤석열 대통령의 잇따른 강경 발언 등에 당 내부에서 격앙된 분위기가 팽배한 만큼 강경 투쟁에 대한 공감대는 상당 부분 형성된 상황이라는게 지도부 생각이다.
이 대표가 취임 1주년을 맞아 '초강경 대여 투쟁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 등을 더욱 자극해 지지층 결집을 끌어내고, 검찰 수사를 통해 자신을 옥죄어오는 '사법리스크'와 이에 따른 당내 내홍을 돌파하려는 다목적 포석의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여권은 물론 당내 비명(비이재명)계에서도 이번 단식 투쟁이 이 대표 개인의 '사법 리스크' 국면을 전환해 보려는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이에 쌍방울의 불법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이재명 대표 소환 통보와 구속 영장 청구,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의 당내 내홍 재발 등 '사법리스크'의 향배가 단식 투쟁이라는 이 대표 승부수의 향배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체포동의안 표결을 놓고 당내에는 이 대표가 가결을 요청해 의원들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비명계 주장과, 부당한 영장 청구에 맞서 '당론 부결' 시키자는 친명(친이재명)계 주장이 엇갈린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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