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포럼] 고려청자보다 50℃ 높은 온도서 구워진 이조백자

박휘영 법무법인 휘명 변호사 2023. 9. 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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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경천사 10층석탑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DB

(부산ㆍ경남=뉴스1) 박휘영 법무법인 휘명 변호사 =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하게 바뀌었다. 에어컨과 선풍기의 도움으로도 부족해 서너 번씩 밤잠을 깨우던 여름이 물러간 듯하다. 이번 여름엔 유례없는 폭염과 폭우피해, 흉기난동과 살인예고 등 살면서 처음 겪는 일들이 많았다. 계절이 바뀌는 속도보다 세상이 바뀌는 속도가 더 빠름을 체감하는 사건이라 생각한다.

이번 여름 내 생활을 돌아보면, 국립중앙박물관을 수차례 방문한 것이 가장 큰 변화이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된 큰 아들의 공부를 위해서라는 거창한 명분도 있었지만, 사실 책으로만 배운 우리 역사를 오랜 시간 직접 마주하고 싶은 맘이 더 컸다. 학창시절 한 번도 본 적 없는 유물을 시험공부하며 암기했던 답답함을 지금이라도 해소하고픈 심정이 작용한 거 같다.

직접 가본 국립중앙박물관은 과연 우리나라의 ‘중앙’박물관답게 웅장하고 전시물과 프로그램도 아주 다채로웠다. 여러 나라의 외국인들도 많이 보여 박물관에서도 이젠 ‘K컬처’의 힘을 느끼는구나 싶었다.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유물 관람을 어떻게 할까 막막했는데, 중앙박물관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유물 해설 프로그램’이 있어 해설사를 따라다니기로 했다.

1시간동안 고려청자, 이조백자, 반가사유상, 경천사 10층 석탑의 실물 앞에서 듣는 역사해설은 현장감이 넘쳤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옛말처럼 계속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만들었다. 고려청자보다 50℃ 높은 1300℃ 에서 구워진 이조백자가 유약의 발달로 인해 제조 가능하였다는 내용과, 경천사 십층석탑은 원나라 라마불교의 영향을 받아 독특한 양식을 띠고 있다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오래 전 배웠던 내용이 그대로 새록새록 생각이 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역사’ 역시 변화한다는 사실을, 해설사의 질문을 통해 느끼기도 했다. 해설사님이 “여러분, 삼국시대 다음이 무슨 시대이죠?”라고 관람객들에게 묻길래 선 듯 “통일신라시대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해설사께서 “아버님들 시절엔 그렇게 배웠는데 요즘엔 ‘남북국시대’라 합니다”라고 설명해 주셨다. 통일신라 말고 발해 역사까지도 우리나라 역사임을 분명히 하고자 함이라 이해되었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생각하면, 옳은 변화라 생각되었다.

‘대한제국관’ 앞에 이르자, 전차 사진 등을 가리키며 “이 관은 매우 짧고 슬픈 역사이지만, 급변하는 세상에 맞춰 변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기록으로 봐주십시오”라고 하였다. 알다시피 ‘기차’는 19세기 가장 혁신적인 첨단기술로서 ‘근대국가’의 상징이었다. 근대국가로 변화하려는 고종황제의 염원을 ‘서울 전차’ 사진 한 장으로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고종은 철도를 건설할 자본과 기술이 없어 미국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고,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세상의 변화에 뒤쳐졌던 대한제국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대한제국은 러시아와 영국의 ‘그레이트 게임’이라는 패권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을 위해 적극적인 친러 외교 정책을 펼치며 러시아에 의존했지만, 결국 러일전쟁 과정에서 영국이 일본을 지원하면서 경술국치로 일본 제국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번 여름 국립중앙박물관을 탐방하며 각 시대별 변화의 바람과, 그 변화의 바람에 뒤쳐졌던 역사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대한제국 시절 러시아와 영국의 그레이트 게임이, 이젠 미중 분쟁 내지 신 냉전게임으로 바뀌었고, 그에 맞춰 국내 정치, 사회, 경제도 좌충우돌하며 급격히 변화되어 가는 것으로 느껴진다.

이런 변화를 느낄 때면, 내가 하는 일과 삶만 변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불안감과 답답함이 생긴다. 변화의 바람이 부는 지금, 적어도 현재 수행하는 법률분쟁에서는 과거의 판례와 법률적 견해를 무심코 적용·판단하지 않고,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부응하는 현명한 분들을 많이 만나길 소망한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 무더위가 사라지고 선선하고 상쾌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대하며, 근처 박물관에 들러 역사 ‘환기’할 기회를 가져보실 것을 추천해 드린다.

박휘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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