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 기대 어려워” vs “단계적 처벌 필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찬반 논란 [법조 인앤아웃]

이종민 2023. 9. 1.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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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죄 대응방안으로 떠오른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 법원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사형제를 폐지하지 않은 채 절대적 종신형만을 도입할 경우 기본권 침해 소지가 커지고 교화라는 형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법원은 사형과 절대적 종신형을 함께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형사처벌 규정을 검토해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를 사형 또는 절대적 무기징역, 가석방 가능한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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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단 흉악 범죄 발생 영향
정치권 등 ‘영구격리’ 요구 커져
법원 “형벌 목적에 부합 안 해”
법무부 “실질적 사형 집행 없어
흉악범죄자 대상 형 집행 공백”

흉악범죄 대응방안으로 떠오른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 법원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사형제를 폐지하지 않은 채 절대적 종신형만을 도입할 경우 기본권 침해 소지가 커지고 교화라는 형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31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조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법 개정안에 대해 지난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검토 의견을 제출했다. 해당 개정안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라 불리는 절대적 종신형 도입을 골자로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행 형법은 무기(無期)의 징역이나 금고형을 받은 피고인이라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을 받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가석방 뒤 재범을 저지르는 사례나 최근 잇달아 발생한 흉악범죄가 알려지면서 이들을 영구히 격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대해 행정처는 절대적 종신형의 도입은 사형제도의 폐지를 전제로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절대적 종신형이 사형제도의 대체수단으로 고안된 점을 감안하면 두 제도가 양립할 경우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원은 사형과 절대적 종신형을 함께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형사처벌 규정을 검토해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를 사형 또는 절대적 무기징역, 가석방 가능한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 영국, 스위스 등 절대적 종신형이 있는 국가에서는 특정 범죄행위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가석방을 불허하는 특별 규정을 두고 있다.

법원은 절대적 종신형이 생명을 유지시킨다는 점에서 인도적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수형자를 사회적·심리적으로 황폐화하고 공동체와 영원히 단절시킨다는 점에서는 사형제에 비해 기본권 침해가 덜한 형벌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고 했다. 재사회화와 범죄예방이라는 형벌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다는 게 법원 시각이다.
대법원 전경.연합뉴스
교정직무를 하는 입장에서도 행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절대적 종신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에게 교정을 유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행정처는 “수형 성적이 좋더라도 이익이 없고,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나 경제적 보상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며 “현행 교정직무의 수행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는 현행 20년으로 정해진 무기형의 최소 복역 기간을 연장하는 안에 대해서도 “행상(行狀·태도)이 양호하지 않고 뉘우침이 뚜렷하지 않은 피고인은 가석방을 불허하면 충분하므로 굳이 최소 복역 기간을 늘릴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법무부도 절대적 종신형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개정안은 무기형을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으로 구분했다. 법원이 무기형을 선고하는 경우 가석방이 허용되는지를 함께 선고하도록 하고,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을 선고한 경우에만 가석방이 가능하게 했다.

한국은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흉악범죄자에 대한 형 집행의 공백이 생기는 만큼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을 만들어 죄질에 따른 단계적 처벌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법무부 입장이다.

법무부는 사형제 위헌 여부를 세 번째 심사 중인 헌법재판소에 “사형제는 헌법에 부합하고, 중대범죄 예방을 위한 위하력(범죄 억제력)이 있으므로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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