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은 이지스함, 북한은 핵미사일…“한반도 바다 뺏길 수 없다” [박수찬의 軍]
한반도 일대 해상 패권을 놓고 한·미·일과 북한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은 해군 함정을 앞세워 한반도 일대에서 해상기동훈련과 해상 미사일방어훈련 등을 실시하며 군사협력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았다. 대륙국가인 중국, 러시아, 북한에 대한 해양세력의 반격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핵·미사일 전력 강화에 ‘올인’했던 북한도 맞대응에 나설 태세다.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동해함대 근위 제2수상함전대를 시찰, 경비함에서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쏘는 훈련을 참관하며 전투태세를 점검했다. 한·미·일의 해상 압박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3국 군사협력에서 두드러진 점은 해군력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3국 함정이 한반도 근해나 먼바다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이를 공개하는 패턴이 반복된다.
실제로 3국은 지난달 29일 제주도 남방 공해상에서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에는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과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 벤폴드함,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하구로함이 참가해 탄도미사일 탐지와 추적 및 정보공유 등의 절차를 익혔다.
3국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의 연내 가동을 위한 점검도 병행했다.
3국은 지난달에도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고, 지난 2·4월과 지난해 10월에도 미사일 방어훈련을 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미사일 방어 공조 강화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3국 이지스함은 공조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전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지스함은 미사일 방어와 방공전, 해전이 모두 가능하다. 한·미·일이 모두 쓰고 있어 상호운용성이 매우 높은 무기다.
3국의 이지스함은 미 록히드마틴의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한다. SPY-1D 레이더를 통해 200개 이상의 목표를 동시에 자동 탐지·추적하고, 최대 24개 목표를 동시 공격할 수 있다.
처음에는 대함미사일 요격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신형은 탄도미사일 파괴도 가능하다. 이지스함 탑재 Link-16, 22 데이터링크체계를 쓰면 실시간 표적 공유 및 전파가 가능하다.
3국 이지스함이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 점검에 활용된 것도 오랜 기간 3국이 이지스함을 운용하면서 미사일 탐지와 추적, 요격, 정보공유 경험이 쌓였고 기술적 신뢰성도 검증됐으며, 그 특성을 서로가 잘 알기 때문이다.
탄도미사일 대응 작전은 적 탄도미사일 발사 예상 지점과 시기, 비행경로 분석→SPY-1D 레이더 운용계획 수립 및 이지스함 위치 결정, 모의 훈련 실시→작전 배치 후 탄도미사일 탐지·추적·정보공유·파괴→사후 분석의 순서로 진행된다.
미국과 일본 이지스함은 탄도미사일 탐지 및 요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은 탐지와 추적만 가능하다. 2020년대에 등장할 정조대왕급 이지스함은 실질적인 탄도미사일 대응작전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한국 해군은 이지스함 율곡이이함과 구축함 최영함 및 대조영함과 군수지원함 소양함이 참가했다. 미 해군은 핵항모 니미츠호, 이지스함 디케이터함과 웨인 메이어함, 일본 해상자위대는 구축함 우미기리함이 참가했다.
지난 7월에는 괌에서 한국 해군 구축함 문무대왕함이 참여한 퍼시픽 뱅가드 연합훈련이 열렸다. 미국, 일본, 호주 함정도 참가한 훈련은 대잠수함전과 방공전 등의 훈련이 이뤄졌다.
해군을 앞세운 연합훈련은 한·미·일에 정치적, 군사적으로 상당한 이익을 안겨주는 카드다.
3국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안보협력 강화에 뜻을 모았지만,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처럼 대규모 훈련을 즉각 실시하기에는 제약이 있다.
지상에서 연합훈련을 하려면 한국군이나 일본 자위대가 상대국 영토로 이동해야 하는데, 국민정서상 쉽지 않다. 미 본토에서의 3국 훈련은 한국, 일본과는 거리가 멀어 이동 시간과 비용이 크고, 군수지원을 비롯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북한에 대한 압박 효과도 작다.
해군 함정은 이같은 제약에서 자유롭다. 공해상은 3국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다. 3국 함정이 집결하는데 정치적 제약이 없다. 수천t이 넘는 구축함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압감을 주며 무력시위 효과가 크다. 첨단 기술을 갖춘 이지스함 3척이 한데 모이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이렇게 모인 함정들은 바다 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필요한 곳으로 이동한다. 그 과정에서 ‘동맹의 압도적 힘’을 과시할 수 있다.
미국이 한반도 근해에서 다수의 함정을 동원해 한국, 일본과 해상 연합훈련을 펼치며 동맹의 힘을 과시하면 북한 등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함정의 기술적 특징도 다양한 연합훈련에 적합하다. 함정은 지휘통제 및 교전, 탐지, 정보수집, 사후분석평가 등 해상 전투 기능이 한데 모여있다.
대잠수함훈련, 해상차단훈련,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훈련, 대테러훈련, 군수보급훈련 등 다양한 분야의 훈련이 가능하다. 3국이 연합훈련 강화 기조를 단기간 내 부각할 수 있다. 3국간 해상 연합훈련이 한층 확대되고 횟수도 빈번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비대칭 전력으로 맞서는 北, 한계도 뚜렷
한·미·일의 해상 압박에 맞서 북한도 대응에 나설 모양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해군절(8.28)을 앞둔 지난달 27일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축하 연설을 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29일 밝혔다. 김 위원장이 해군절에 해군사령부를 방문한 것은 2012년 집권 후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적대 세력들의 대결 책동으로 한반도 수역이 전쟁 장비 집결 수역, 핵전쟁 위험수역으로 변했다”면서 “전술핵 운용의 확장정책에 따라 군종부대들이 새로운 무장수단들을 인도받고, 해군은 전략적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 핵 억제력의 구성 부분으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핵전력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서 최근 수년간 신형 전차와 장갑차, 자주포 등 재래식 전력 증강이 이뤄졌다.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면서 해군력에도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북한의 열악한 경제 사정 등으로 해군력 강화는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신형 전투함 건조는 많은 예산이 쓰인다. 각종 센서와 무장을 조합하는 기술도 있어야 한다.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북한은 전투함정에 장착할 탐지 장비 등을 외국에서 들여오기가 어렵다.
압록급 호위함에 장착된 것으로 보이는 MR-104 사격통제레이더는 옛소련 고속정에서 쓰이던 것이다. 자체 개발이나 외국 수입이 여의치 않아 기존 고속정에서 전용한 것으로 보인다. 3차원 레이더도 눈에 띄지 않았다.
압록급은 구형 장비를 탑재하는데도 처음 포착된 지 10년 후에야 공식적으로 공개됐다. 건조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 최신 탑재장비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판 반접근’ 전략이 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핵과 미사일 등의 비대칭 무기를 배치, 한·미·일 해군의 접근을 저지한다는 것이다. 전술핵을 비롯한 비대칭 전력은 비용 대비 효과가 크고, 예산과 해양분야 기술적 제약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북한은 화살-2형으로 추정되는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지만, 합참은 단거리 함대함 순항미사일이라고 반박했다.
북한이 발사한 순항미사일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지만, 한·미·일의 해상 압박에 맞서 순항미사일을 통한 장거리 수상 공격력을 과시해 ‘맞불’을 놓으려는 의도라는 평가다. 지대함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올해 상반기에 공개했던 해일 핵수중무인공격정이 실전배치될 수도 있다. 북한은 해일이 1000㎞를 항해했다고 주장했는데, 북한 최북단 지역에서 동해안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해군이 해상 및 수중 드론을 동원해 러시아군을 공격,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북한은 전술핵을 추가, 파괴력을 극대화했다.
해군기지나 함대 인근에서 해일을 폭파하면 방사능 오염으로 한동안 활동을 할 수 없다. 군수지원 등에 필수인 해군기지를 사용하지 못하면 한·미·일 함정의 동해 접근과 작전에 제약을 받는다.
이같은 맥락에서 북한은 중국처럼 신형 함정을 대량 건조해 해군력을 키우는 것보다는 비대칭 전력을 증강해 한·미·일의 압박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반도 바다를 둘러싼 힘겨루기는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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