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실형 확정, 끝 아니다… 갈 길 먼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 생산업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언제쯤 유가증권시장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최근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의 실형이 확정되면서 한국거래소가 상장 심사에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도 나왔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실을 전혀 모르는 분석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거래소가 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더 꼼꼼히 뜯어봐야 하고, 회사 가치(밸류에이션) 산출에 필요한 피어 그룹(동종업계 상장사 집단) 선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연내 상장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 상장 가능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18일 법원이 이 전 회장에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하자,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거래소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 심사에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오너 리스크’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거래소나 금융투자업계 IB 관계자들은 오너의 실형 확정이 거래소의 상장 심사 속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예심 통과의 가장 큰 걸림돌은 두 가지다. 가장 큰 문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내부통제 시스템 수준에 대한 의구심이다. 이 전 회장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환수했다는 의혹이 나오자 에코프로 그룹 전반의 내부 통제가 미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회장의 혐의가 대법원판결을 통해 확정됐다. 이는 오너 리스크의 불확실성 해소가 아니라 오히려 오너 리스크가 확실히 드러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정비 중인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해 더 유심히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얼마나 완성도 높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얼마나 빠른 시한 내에 제대로 구축하는 지가 상장 심사 속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거래소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검토할 뿐이다”고 말했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예심 신청서 제출 때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여부 제출은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신청서 제출 이후 내부통제 제도나 시스템 구축 여부에 대해 거래소에서 요청·요구한 사항이 있어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응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은 합리적인 피어 그룹을 선정해 적절한 기업 가치를 산정받는 일이다. 기업 공개에 도전하는 기업은 기업 가치를 산출할 때 피어(peer) 그룹을 선정한다. 피어 그룹에는 비슷한 업종에서 이미 상장한 기업들로 이뤄져 있다. 이들의 시가총액 등을 고려해 새로 상장하는 기업의 가치가 산정된다. 거래소는 피어 그룹이 적절히 구성됐는지, 이에 따른 기업가치는 합리적인지 검토한다.
하지만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전구체(2차전지 양극재의 원료) 생산기업으로는 국내 최초로 상장하는 사례라 피어 그룹 선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모기업인 에코프로의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도 지적한다. 에코프로의 밸류에이션이 반영되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고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기업의 기업 가치가 자회사의 기업 가치 측정에 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한 국내 증권사의 기업공개 관련 부서 관계자는 “모기업의 ‘이름값’은 자회사가 상장하면서 주가에 반영되는 편이다”라면서 “자회사가 상장하기 위해 밸류에이션을 측정할 때는, 해당 회사와 비슷한 피어 그룹만을 본다”고 말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예심 결과 발표는 이미 약 두 달 넘게 기한을 넘긴 상황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 4월 27일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예심 신청 후 45영업일 이내에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는 거래소 규정대로라면 지난 6월 29일 내 예심 승인을 받았어야 한다. 다만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 심사가 유독 지연되는 상황인 것은 아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45영업일 이내 예심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는 부지기수”라면서 “첨부 서류의 정정이나 보완이 필요한 경우 45영업일 기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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