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사회적기업?…직접 지원 줄이고 자생력 키운다
인건비 등 직접 지원 축소…타사업과 통합
판로·컨설팅 제공 및 펀드 통해 간접 지원
[세종=뉴시스] 고홍주 기자 = #. 지난 2012년 일자리제공형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A기업은 2016년까지 정부 지원금 약 3억50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지원이 종료되자 경영 악화로 이듬해 곧바로 폐업했다.
정부가 사회적기업 도입 16년을 맞아 A기업과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재정지원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인건비 등 직접 지원은 없애고 기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향후 5년간의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2023~2027)'을 1일 발표했다.
사회적기업은 영리기업과 비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취약계층 고용을 통해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지난 2007년 사회적기업법 제정으로 본격적으로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입 취지와 달리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한 통로로 인식되고 업종 다양화나 수익 증대 등 기업으로서의 외연적 성장 없이 멈춰있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실제로 사회적기업은 2007년 55개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3597개로 늘었지만, 전체 60.2%가 10인 미만 기업이고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자리제공형이 66.4%를 차지하고 있다.
또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11월까지 인건비 지원이 종료된 사회적기업의 6개월 고용유지율은 50%에 불과했다. 1년 이상 고용유지율은 29.2%였다. 비슷한 성격의 고용장려금 사업 23개의 평균 고용유지율(각각 80.3%, 68.2%)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인증만 받으면 공공기관 우선구매 등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생력과 국민 인지도를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특히 경비·청소업이나 요양보호 제공업의 경우 취약계층 의무고용 비율 30%의 대부분을 60세 이상 고령자로 채우고 있어 일반 중소기업과 별다를 바 없는데도 사회적기업이라는 이유로 각종 지원혜택을 받고 있다는 역차별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를 '획일적 육성'에서 '자생력 제고'로 바꾸기로 했다. 5년 단위로 수립되는 사업계획의 이름이 종전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에서 육성이 빠진 이유다. 사회적기업의 수를 얼마나 늘리겠다는 양적 목표도 정하지 않기로 했다. 기업 수를 늘리는 데 급급했던 과거 사업계획과 달리 내실화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선 앞으로 직원 신규 고용시 주어지는 인건비나 사회보험료 지원은 일반 중소기업과 동일하게 이뤄질 예정이다. 예컨대 고용부가 지급하는 사회적기업 인건비 지원은 고용촉진장려금·고령자계속고용장려금·장애인고용장려금 등 비슷한 성격의 제도로 편입되고, 사회보험료 지원도 두루누리 사업을 통해 지급된다는 것이다.
인증 후 일률적으로 받을 수 있던 정부 지원도 차등화하기로 했다. 사회적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성과와 그 영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사회적 가치지표(SVI·Social Value Index)'를 통해 탁월-우수-보통-미흡 4단계로 평가하고, 공공부문 지원을 평가결과와 연동할 예정이다. 사회적기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이같은 SVI 결과 공개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정부의 직접 지원 축소가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 폐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직접 지원금을 지급하기보다 판로 지원이나 컨설팅 등 간접지원을 통해 사회적기업의 자생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민간기업의 '환경·사회·투명경영(ESG)' 등과 연계해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는 경우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번 계획에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맞춰 돌봄·간병·가사 등 사회서비스 분야의 역할을 모태펀드 지원을 통해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계층을 대상으로 사회적기업이 1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또 현재는 전국 60여개 민간 위탁기관을 통해 사회적기업 인·지정, 교육·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모두 사회적기업진흥원 산하 19개로 통폐합해 사후 관리 기능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개편 방향이 사회적기업의 생존을 어렵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성호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지난달 31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사회적가치를 창출하지 않고 정부 지원 한도 내에서만 고용이 유지되는 기업이라면 왜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하느냐는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이쯤에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새로운 투자 기회도 생긴다. 어느 정도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형소 통합고용정책국장도 "인건비는 기존인력에 대한 인건비가 아니라 새롭게 근로자를 고용하고자 할 때 지원되는 것"이라며 "제도가 바뀌어도 기존 인력에 대한 고용이 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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