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지 떼놓고 담배 광고·진열 말라는 입법조사처...오락가락 금연정책

이민아 기자 2023. 9. 1.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면 금지 어렵다면 학교 주변 200m내 소매점부터 금지” 권고
“담배 광고·진열, 청소년 흡연 조장”
편의점, 담배 수익이 매출의 20~30%
한국담배협회 “영업의 자유 침해, 소매점간 형평성 어긋나”
세계 111개국, 소매점 내 담배 광고 금지

편의점 외부에서 담배 광고를 볼 수 없도록 가리는 용도로 붙였던 시트지를 뗀 지 1년도 되지 않아 아예 “광고와 진열을 금지하라”는 권고가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다시금 나왔다.

시트지를 부착하는 것이 편의점 근로자의 안전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연 광고로 대체됐는데, 아예 담배 광고를 못 하게 하는 게 맞다는 지적이다.

그간 편의점 등에서의 담배 광고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편의점 점주들의 매출·광고 수익 감소와 청소년의 담배 노출 금지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왔다.

그러나 정부의 오락가락 금연정책을 놓고 시트지를 붙였다가 떼는 등의 불필요한 비용과 노력만 초래한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 자영업자의 수익과 유해 환경으로부터의 청소년 보호 중 무엇이 중요한 지를 선제적으로 판단하고 그를 중심으로 일관된 정책을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입법조사처 “편의점 내 담배 광고 진열 금지 정책 추진 필요” 제안

1일 국회입법조사처가 펴낸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입법조사처는 “담배소매점 내 담배제품의 광고와 진열을 금지하기 위한 중장기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같은 규제가 청소년층의 흡연 조장 환경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보는 것이다.

서울의 한 편의점 출입문에 담배 광고 등을 가리기 위한 반투명 시트지가 붙어 있었던 모습./뉴스1

현재 한국은 편의점 등 담배 소매점 내부의 담배 제품 광고와 진열 행위에 대해서 특별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 입법조사처는 “담배업계나 담배소매점의 광고 수익 등 구조로 볼 때 현실적으로 전면 금지가 쉽지 않다면, 일단 교육환경보호구역(학교 주변 200미터 이내)에서만큼은 편의점 내부의 담배 광고 등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담배 광고 금지가 쉽사리 가능하지 않은 근본적인 원인은 담배 판매 구조에 있다. 국내에선 담배 소비의 상당수가 편의점에서 발생한다. 편의점 전체 매출의 30~40%가 담배에서 나온다. 담배를 팔지 않는 편의점도 일부 있지만, 담배를 파는 점포와 비교하면 매출이 20% 가까이 적다.

담배를 팔면 점주는 매출 외에 광고 수익도 얻을 수 있다. 담배 회사들이 시설 이용료 명목으로 편의점에 광고비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판매처도, 담배회사도 광고 부착 금지에 반발하고 있어 이 때문에 국내 소매점에선 담배 광고를 금지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편의점 방문 시 다양한 담배 광고물 등을 볼 수 있어 이를 빈번하게 이용하는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입법조사처는 “매장 내부의 담배 광고와 진열로 인해 담배가 일상 제품이란 인식을 불어 넣는다”며 “아동・청소년층에게 흡연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86개국 소매점 담배 진열 금지...한국담배협회 “과잉 규제”

해외에서는 담배 광고는 물론 소매점에서의 담배 진열조차 금지하는 국가들이 다수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소매점 내 담배 광고를 못하게 하는 나라는 111개국, 담배 진열을 금지한 나라는 86개국으로 확인됐다. 그 중 60개국 이상은 담배 광고와 진열 모두를 금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TCT) 가이드라인은 소매점과 노점을 포함한 판매점에서 담배 제품을 진열하고 시각적으로 노출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KT&G, JTI, BAT로스만스 등 담배 회사들로 구성된 한국담배협회는 “과잉 규제”라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2020년에도 임오경, 김수흥, 임이자 의원이 담배 광고 금지 법안을 발의했는데, 이때 낸 의견서를 통해 협회는 “개정안은 소매인의 영업권을 과도하게 부정하는 것”이라며 “최소한의 담배 제품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영업행위 마저도 원천적으로 차단, 사업자의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협회는 “(학교 근방 200m 내 담배 광고와 진열을 금지하는) 임오경 의원안의 경우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담배 소매인과 그 외 지역의 담배 소매인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러나 당시에도 관계 부처는 담배 광고와 진열을 제한하는 법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서만 제한을 두자는 입법조사처보다 더 적극적으로 담배 광고와 진열을 제한하고자 하는 견해다.

보건복지부는 당시 검토보고서를 통해 “청소년의 흡연 조장 환경 근절을 위해 소매점 내 담배 노출 보관·진열 금지 및 담배 소매점 내 담배 광고 금지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다만,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뿐만 아니라 그 외의 소매점도 청소년의 이용이 가능하므로, 전체 소매점에 확대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