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검사 “조사기록, 세상에서 없어지지 않게 해달라”
군인권센터, 박정훈 ‘항명수괴’ 입건 다음날 통화 녹취 공개
“너무 무서운 일…국방부가 가져가면 싹 날려서 무효 될 것”
박 대령, 사전구속영장 청구에 수사심의위 다시 소집 요청
국방부가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사진)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한 다음날 해군 검찰단 소속 검사가 해병대 수사관과 통화하면서 “너무 무서운 일”이라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기록) 사본을 떠놓고 잘 보관을 챙겨놓고 세상에서 없어지지 않게 부탁드리겠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음성파일이 31일 공개됐다.
군인권센터가 이날 서울 마포구 센터 교육장에서 공개한 해군 검찰단 소속 A검사와 해병대 수사관의 지난 3일 통화 음성파일에 따르면, A검사가 “지금 국방부 검찰단이 (수사자료를) 가져가게 된다면 처음부터 지금까지 조사했던 내용은 싹 날리고 수사를 다 처음부터 다시 할 계획이 혹시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하자, 해병대 수사관은 “그 시나리오처럼 된다면 다 무효가 되니까”라고 답했다.
이어 A검사는 “최악의 최악의 최악의 경우를 상상해서 말씀드리는 것인데, 대비해놓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냐”면서 “사본을 떠놓고 잘 보관을 챙겨놓고 세상에서 없어지지 않게 부탁드리겠다”고 했다. 통화는 A검사가 “너무 무서운 일”이라고 말한 뒤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며 끝났다.
이 통화가 있기 하루 전인 지난 2일 오후 박 대령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재한 사건 자료를 민간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됐다. 국방부 검찰단은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이첩된 사건 자료를 회수했다.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는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에 법리 검토를 해준 해군 검사 또한 수사 외압을 감지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지난 29일 임성근 사단장의 과실을 입증하기 위해 해군 검사가 해병대 수사단에 법리 검토를 해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해군 군검사가 군에 관할권이 없는 이유로 법적 검토가 제한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안다”며 부인했다.
그러나 이날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A검사와 해병대 수사관의 지난 3일 오후 통화 음성파일에는 A검사가 법리 검토를 해준 정황이 담겨 있다.
이 통화에서 해병대 수사관이 “검토해주셨던 판례를 저희도 영향을 받아서 좀 더 보강을 하고자 한다”고 하자 A검사는 “판례를 6개 정도 보내드릴 텐데 카카오톡으로 보내드리면 되지 않겠느냐”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해당 판례에는 철도 선로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관리자의 업무상과실치사 책임을 물은 판례 등이 포함됐다.
한편 박정훈 대령은 31일 국방부 검찰단의 사전구속영장 청구가 정당한지를 판단해달라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군내 사건과 관련해 수사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된 국방부 검찰단 소속 기구로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다. 앞서 박 대령 측은 초동수사 과정에서 국방부의 외압이 있었다며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바 있다. 지난 25일 수사심의위가 열려 수사 계속 여부를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김송이·박은경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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