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터널 지났나…'정제마진 1달러 찍고 15달러로'

강민경 2023. 9.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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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마진 1년만 최고치…원유감산 영향
SK이노·에쓰오일·HD현대오일·GS칼텍스 기대감↑
업계 변수우려 “중국경기침체 따른 수요위축”
/그래픽=비즈워치

정유업계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급등하면서 1년 만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제마진 약세 탓에 지난 2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둔 정유업계로선 반가운 소식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연말까지 정제마진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정유사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선 “마냥 기뻐할 수만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반기 턴어라운드를 위해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최근 중국 경기침체 우려가 나오고 있어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정제마진 얼마나 올랐나

2023년 정제마진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이 지난 24일 배럴당 15.05달러까지 치솟으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8월 넷째 주 주간 평균으론 14.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첫째 주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6월 약 30달러까지 올랐던 정제마진은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올해 2분기 저점을 찍었다. 올해 1월 월평균 10.3달러로 시작했던 정제마진은 4월 첫째 주 5.3달러로 반토막 났다. 이후 △4월 둘째 주 3.9달러 △4월 셋째 주 2.5달러에 이어 4월 넷째 주엔 2.4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간 기준으로는 4월 말경 0.8달러까지 급락했다.

반등세를 보인 때는 올해 7월부터다. 7월 첫째 주 4.4달러였던 정제마진은 △7월 둘째 주 5.3달러 △7월 셋째 주 6.8달러 △7월 넷째 주 8.9달러로 올랐다. 8월 첫째 주엔 11.5달러를 찍으며 올해 들어 7개월만에 다시 10달러대를 돌파한 바 있다. 

5달러 순익분기점…15달러 유지된다면

정제마진은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제품가격’에서 ‘원유가격’을 제했을 때 정유사들이 실질적으로 갖게 되는 순익이다. 통상 정제마진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이번 정제마진 오름세는 수요 대비 공급이 타이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이 원유 감산 결정을 함에 따라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이 주효했다. 올해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6월 말부터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현재 8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유가 상승이 정제마진을 이끄는 이유는 ‘시차발생’에 있다. 정유사들이 수개월 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입한 원유를 가공, 제품으로 판매하면서 마진이 개선되는 구조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엔데믹 이후 드라이빙 시즌을 맞은 미국 내 휘발유와 항공유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컸다. 호주 LNG(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업체 파업으로 이를 대체할 경유 가격이 크게 오르기도 했다.

‘공급축소 vs 경기침체’ 무게추 어디로

증권가는 올해 말까지 정제마진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한다. 글로벌 감산 효과가 이어지는 가운데 겨울철 디젤 등 등유 제품 중심의 수요 성수기를 다시 맞을 것이란 진단이다. 

지난 7월 하루 100만배럴 감산을 단행한 사우디는 8월에 이어 10월까지 감산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하루 50만배럴 감산을 연말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원유 공급 증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겨울철 등·경유 제품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며 “수요가 촉매 역할을 할 때마다 정제마진 급등세가 반복되는 등 전반적인 정제마진 강세는 올 겨울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이를 기반으로 SK이노베이션과 S-Oil(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이 실적 개선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SK이노베이션이 올해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으로 각각 6422억원, 7489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에쓰오일도 3분기 4463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후 4분기엔 4959억원을 달성하며 수익성을 거듭 높일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3분기 기준 호황기를 맞았던 전년 동기 대비 저조한 실적이나 전기 대비로는 각각 흑자전환, 1126% 급등이 전망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4분기부터는 본격적인 흑자전환 국면을 맞을 것이란 기대다. 

다만 변수를 둘러싼 우려도 나온다. 제품가격을 든든히 받치기 위해선 글로벌 경기에 따른 수요심리가 중요한데 최근 중국의 경기 수축 국면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감산 효과로 올해 4분기까지 유가 상승이 예상되고 있으나 제품가격이 그만큼 따라줄 지가 관건”이라며 “제품가격은 글로벌 경제에 좌우되고 특히 정유업계에선 중국 경제를 중요시 보는데 회복이 늦어질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위기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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