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등이 1등하긴 어렵다"…여전히 끈적한 美물가[월스트리트in]
나스닥만 상승…0.11% 강보합 수준
PCE물가 예상 부합…디스인플레 잠시 멈춰
"끈적한 물가 추가 우려 불러일으킬 것"
채권금리는 소폭 하락…달러는 다시 강세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반에서 꼴등을 했던 학생이 이를 악물고 공부를 하면서 10등까지 성적을 올렸다. 원래 공부를 안 했기에 조금만 노력하니 성적이 금세 좋아졌다. 목표를 더 높였다. 그래도 한번 시작한 공부, 제대로 해서 1등을 해보자며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벽은 높았다. 성적은 쉽게 오르지 않았고 때로는 등급이 더 떨어지기도 하면서 우울증도 왔다. 이게 한계인가 고민이 깊어졌다. 혼란스럽다.
미국의 인플레이션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치솟았던 고물가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강한 긴축으로 상당수 내려오긴 했다. 그야말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현상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연준이 목표로 하는 2% 인플레이션에 다가가려면 아직 멀었다. 물가가 일부 다시 꼬리를 드는 모습도 나오고 이대로 고물가가 고착화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와 싸움’에서 승리를 외치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투자자들의 기대감과 실망감이 적절히 혼재됐던 상황이 8월 마지막 뉴욕증시에서 나타났다. 3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장초반 3대지수는 일제히 소폭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이내 힘을 잃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48% 내린 3만4721.91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16% 떨어진 4507.66에 마감했다. 그나마 나스닥지수가 버텼지만 0.11% 오른 1만4034.97에 장을 마쳤다. 4일 내내 상승세를 탔던 뉴욕증시가 물가 하락세가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랠리도 잠시 중단된 분위기다.
투자자들은 이날 발표된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를 놓고 저울질을 했다. 시장 예상치엔 부합하면서 서프라이징(놀라운) 소식은 없었던 게 위안거리였다. 미국 상부부에 따르면 지난달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했다. 직전 월인 올해 5월 당시 상승률(3.0%)보다 소폭 올라갔다. 전월대비 상승률은 0.2%다. 모두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연준이 중시하고 있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4.2% 상승했다. 전월(4.1%)보다 소폭 오른 셈이다.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 이역시 모두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근원 PCE는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주요 수치다. 지난달 4.1%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꼬리를 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긴축 종료’를 과감하게 외치기에는 아직 물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추가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장초반 소폭이나 상승세를 탔던 다우, S&P지수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투자자들의 이런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CMC마켓의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휴슨은 “7월 PCE물가지수는 끈적한 물가에 대한 추가적인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물가가 더 낮게 이동하기 어려움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수차례 인플레 싸움이 갈길이 멀다고 언급해 왔다. 지난주 잭슨홀 티밍 연설에서 그는 “근원PCE가격이 (연초대비) 낮아진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지속 하락을 확신하는 데 필요한 시작일 뿐”이라며 “아직 PCE지수가 어느 정도까지 낮아질지, 어디까지 정착될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물가가 심각하게 튄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일단 금리동결을 결정한 뒤 추가 물가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9월 금리동결 가능성은 전날(90.0%)에서 소폭 내린 88.5%를 가리키고 있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최고투자책임자인 크리스 자카렐리는 “PCE지수에 서프라이즈(큰폭의 상승)가 없었기에 연준이 내달 금리 동결 결정을 바꿀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증시 향방은 9월1일 고용보고서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률 둔화가 시들해졌지만, 뜨거웠던 고용이 식었다는 증거가 보다 명확해진다면, 그래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줄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16만5000명으로 지난달의 18만7000명에서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3.5%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발표된 구인·이직보고서(JOLTS),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 지표는 고용 둔화 현상을 보여줬던 터라 비농업 신규고용만 확실히 둔화된다면 투자자들에게는 새로운 재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키 프라이빗 뱅크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조지 마테요는 “고용시장이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고 경제가 여전히 추세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냉각되지 않았다고 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나마 채권금리가 떨어진 것은 위안거리다. 사흘 연속 미국 국채금리는 소폭 떨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4시40분 기준 10년물 국채금리는 4.106%로 전거래일 대비 1.2bp(1bp=0.01%포인트) 떨어졌다. 연준 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도 2.1bp 내린 4.863%를 기록 중이다. 30년물 국채금리도 1.7bp 내린 4.21%에 거래되고 있다. 국채금리가 떨어진 덕분에 그나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상승세는 유지된 셈이다.
테슬라는 0.46%, 엔비디아는 0.18%, 애플도 0.12%로 겨우 강보합에 마감했다. 아마존은 2.18% 상승했다.
달러는 모처럼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거래일 대비 0.46% 오른 103.63을 가리켰다.
유가는 6거래일 연속 오름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00달러(2.45%) 오른 배럴당 83.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자발적 감산을 연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계속 나옥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가 조만간 OPEC+와 합의한 사항이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증시도 혼조세였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65%, 영국 FTSE100지수도 0.46% 하락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만 0.35% 올랐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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