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發 '이념전쟁'에…난감한 與, 총공세 나선 野
한덕수 "홍범도 흉상 이전 타당" 정부도 이념전쟁 가세
민주당 "철 지난 매카시가 부활" 무기한 단식 포함 공세
국민의힘도 "전장을 과거로…중도층은 민생문제가 중요"
전문가 "지지층 결속 총선전략…확장 승부수도 띄울 것"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이념전쟁'을 연상케하는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면서 정치권에서도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3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의 이념 공세에 더불어민주당은 '매카시즘'이라고 비판하며 총공세에 나섰고 국민의힘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연일 이념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발언의 수위를 높이며 논쟁의 선봉에 서고 있다. 그는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왔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서는 "철 지난 엉타리 사기 이념에 우리가 매몰됐다.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과 싸울 수밖에 없다"며 수위를 끌어올렸고, 지난 29일 민주평통 간부위원과의 통일대화에서도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들은 허위 조작, 선전 선동으로 자유사회를 교란시키려는 심리전을 일삼고 있으며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를 중심으로 홍범도 장군 흉상 논란이 불붙은 것도 윤 대통령의 이념공세와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0일 국회에 출석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대해 "타당하다고 본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고, 이날도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에 대해 "우리의 주적과 싸워야 하는 군함이다. 소련 공산당원 자격을 가졌던 사람 (이름으로 명명한 것은) 수정을 검토해야 한다"며 함명 변경을 시사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이념공세를 국민 갈라치기로 정의하고 단식을 포함한 총공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견이 다른 국민을 반국가세력으로 매도하고, 이념을 앞세우며 한반도를 전쟁위기로 몰아간다. 공산주의를 사냥하던 철 지난 매카시가 대한민국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다"며 무기한 단식에 나섰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 의원은 "지지율 50%의 대통령이 지지율을 60%로 올리려 한다면 그런 선택(이념공세)을 안 하겠지만, 지지율 30%를 더 단단히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의 고민도 읽힌다. "대통령의 확고한 철학을 보여주는 모습에 보수 지지층이 환호할 것(여권 관계자)"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내년 총선을 위한 외연확장과는 상충되는 전략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최대 화두가 된 '수도권 위기론' 타개를 위해서는 중도층 포섭이 필수적이지만 '이념전쟁'이 중도‧무당층에게 거부감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철 지난 엉터리 사기 이념', '싸울 수밖에 없는 세력'이라는 표현이 당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리겠느냐"고 반문했다.
공개적인 비판 목소리도 분출한다.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지금 여당의 모습은 홍범도 장군 흉상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에서 나타나듯, 주 전장(戰場)을 과거로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도 지난 29일 연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중도층은 민생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정부가 최근 이념 공세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윤 대통령의 이념공세를 '선 지지층 결집, 후 중도층 확장'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전임 정부와의 차별성 강조는 지지층 결속을 위한 내년 총선 전략"이라며 "내년 초 정도에는 지지층 확장과 중도‧부동층을 잡기 위해 한미일 공조와 3대 개혁과 관련한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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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오수정 기자 crysta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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