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특허소송, 'K-바이오' 가로막는 글로벌 빅파마

지용준 기자 2023. 9. 1.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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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바이오·백신 등 첨단기술분야에서 자금력을 앞세운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 전쟁을 치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백신 분야에서 특허 소송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기존 글로벌 제약사들이 특허를 활용해 제품의 제조·생산·판매를 일정 기간 독점하는 상황에서 잇따른 소송 제기로 경쟁 제품의 출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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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백신 분야가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 제품의 출시를 막으려는 특허 전쟁터로 변모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뉴스1
#.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6년 국내 최초로 폐렴구균 백신 스카이뉴모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의 특허 소송에서 대법원까지 가는 접전 끝에 2018년 패소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막대한 개발 비용을 투입해 프리미엄 백신을 개발했지만 이번 패소로 2027년 4월까지 해당 백신을 판매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바이오·백신 등 첨단기술분야에서 자금력을 앞세운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 전쟁을 치르고 있다. 1일 특허청 '2023 지식재산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한국 기업 관련 특허소송 46건이다. 이중 해외 특허관리회사(NPE) 관련 제소 비중은 29건으로 63%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백신 분야에서 특허 소송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기존 글로벌 제약사들이 특허를 활용해 제품의 제조·생산·판매를 일정 기간 독점하는 상황에서 잇따른 소송 제기로 경쟁 제품의 출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시 막아라"… 특허 소송 전쟁터 된 바이오·백신


글로벌 빅파마와의 소송에 휘말려 제품 출시가 지연돼거나 개발한 제품을 결국 판매하지 못하는 경우도 나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월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으로부터 '특허권 침해금지와 예방 청구' 국내 소송에 휘말렸다. 리제네론은 특허청을 통해 확보한 안과 질환 치료제 아일리아의 관련 특허를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가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리제네론은 특허 침해 소송에서 바이오시밀러의 국내 제조에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출시될 경우 오리지널 입장에선 시장 경쟁력이 약해지는 만큼 특허 침해 소송을 통해 제조와 생산, 나아가 해외 출시까지 막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뉴모 소송도 마찬가지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화이자를 상대로 유럽에서 승소했다. 반면 국내 특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스카이뉴모의 제조가 막혀 유럽 수출 역시 막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당시 성명서를 통해 "새로운 제조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해 경쟁이 커지면 가격은 인하되고 그 결과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만한 적정 가격의 백신이 만들어질 것임에도 화이자의 특허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경쟁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지는 특허분쟁… "보호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의 특허 분쟁이 많아질수록 기술과 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특허심판의 전문성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이오·백신 분야의 성장을 위해서는 제품 개발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함께 기술 성과에 대한 전문적이고 실효성 있는 보호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2021년 공포된 특허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따르면 특허심판의 기술 해석의 전문성에 대한 필요가 높아짐에 따라 특허심판 사건에 있어 '전문심리위원'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심리위원은 특허분쟁 해결을 위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사건을 심리할 때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외부 전문가를 소송절차에 참여하게 하는 제도를 가리킨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표한다. 전문심리위원의 경우 법원의 예산상 이유나 상임 전문심리위원이 각급 법원에 많이 배치돼 있지 않는 등 실제 활용도가 떨어져서다. 전문심리위원의 선정 조건이 '이공계'로 명시된 점도 등 바이오·백신 분야의 첨예한 기술적 특징을 심판하는 데 있어서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백신 분야는 제품 개발에 10여년에 가까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공들여 개발한 제품과 기술에 대해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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