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세상에서 가장 큰 우산을 써 본 날
한겨레 2023. 9. 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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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두두둑 비가 세차게 내리는데 마을버스가 서둘러 정류장에 들어왔어.
사람들은 우산을 접지도 펴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버스에 오를 준비를 했지.
기다리던 사람들이 버스에 다 오를 때까지 한참 동안 우산을 높이 펴 들고 서 있더니 맨 마지막으로 버스에 오르는 거야.
마을버스는 걷는 사람들에게 빗물이 튀지 않게 더 천천히 움직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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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후두두둑 비가 세차게 내리는데 마을버스가 서둘러 정류장에 들어왔어. 사람들은 우산을 접지도 펴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버스에 오를 준비를 했지. 그때 교복을 입은 오빠가 가만히 버스 줄 밖으로 비켜서는 거야. 다른 차를 타려나 보다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기다리던 사람들이 버스에 다 오를 때까지 한참 동안 우산을 높이 펴 들고 서 있더니 맨 마지막으로 버스에 오르는 거야. 그것을 본 만원 버스 속 사람들은 한 발짝씩 자리를 옮겨 오빠가 설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어. 마을버스는 걷는 사람들에게 빗물이 튀지 않게 더 천천히 움직였지. 나는 그날 세상에서 가장 큰 우산을 써 본 거야.
- 김봄희의 동시집 ‘세상에서 가장 큰 우산을 써 본 날’(권소리 그림, 상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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