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오늘 정상 아닌 것 같은데”… 답정너 기준이 비정상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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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른 행동이나 말을 하면 주위 사람들은 "너 오늘 정상 아닌 것 같은데"라는 말을 던지곤 한다.
평소의 모습이 정상일까, 다른 사람이 보기에 정상이 아닌 것 같은 상태가 진짜 모습일까.
한 사회가 특정 기준을 정해 놓고 그것만이 정상이라고 강조하며 따를 것을 강요한다면 그 사회야말로 표준편차를 벗어난 비정상적 사회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 나면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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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채니 지음/이혜경 옮김
와이즈베리/548쪽/1만 9000원
평소와 다른 행동이나 말을 하면 주위 사람들은 “너 오늘 정상 아닌 것 같은데…”라는 말을 던지곤 한다. 평소의 모습이 정상일까, 다른 사람이 보기에 정상이 아닌 것 같은 상태가 진짜 모습일까. ‘정상’, ‘표준’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정상성’이라는 기준은 인류가 시작되면서부터 사용했을 것 같지만 이 책에 따르면 사람들이 ‘정상’이라는 단어를 일상에서 쓰기 시작한 것은 200여년에 불과하다. 1801년 1월 1일 이탈리아 천문학자 주세페 피아치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케레스 소행성이라는 새로운 별을 발견했다. 독일 천재 수학자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는 최소제곱법이라는 수학 공식을 이용해 이 별의 궤도를 정확히 예측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것이 우리가 정규분포라고 부르는 가우스 분포다.
이처럼 기하학이나 대수학에서나 사용했던 정상이라는 과학 용어를 인간과 사회에 마구잡이로 쓰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초 벨기에 통계학자 아돌프 케틀레다. 천문학자였던 그는 1830년 벨기에 혁명으로 일자리를 잃고 사회통계학자로 변신했다. 그는 천문학에서 사용하던 정규분포를 이용해 ‘신체 표준치’를 찾으려는 것을 시작으로 정상 개념을 인간과 사회 곳곳에 도입했다. 그는 평균인이 진정한 인간을 대표하는 것이며 ‘정상’이고 ‘올바른 것’이라는 생각을 확산시켰다.
케틀레가 과학적 개념을 사회에 강제로 이식시킨 뒤 정상 개념은 제국주의적 팽창과 함께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19세기 말부터 사람들은 신체는 물론 정신건강, 성생활, 감정 문제, 아이의 양육법, 문제행동 등 인간의 모든 삶을 ‘표준화’해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기 시작했다.
‘정상’ 단어 사용 불과 200여년
기하학·대수학에서 쓰던 용어
‘신체 표준치’ 찾으려던 케틀레
평균이 올바르다는 생각 확산
유럽·북미 백인 男 기준이 문제
내가 믿는 정상 강요하면 폭력
문제는 정상이라는 개념이 유럽과 북미 중심의 백인 남성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렇듯 정상은 통계에서 잘못된 모집단 설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갖가지 문제가 발생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사례는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었는데 이는 남성과 여성의 다른 면역반응을 고려하지 않고 남성을 기준으로 삼은 ‘정량’의 백신을 같게 접종했기 때문이다. 졸피뎀으로 알려진 앰비엔이 수면 보조제로 2007년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가 퇴출당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지금까지 평균과 정상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책은 많이 있었지만 이것처럼 그 근원을 파헤친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저자는 의학사(史) 연구자인 자신이 이렇게 정상성이라는 문제에 천착한 것을 10~20대 때 튀는 행동으로 따돌림을 당하며 주류에게서 항상 배척받았던 경험 때문이라고 고백하기도 한다.
저자는 정상과 평균을 다양한 차이를 보여 주는 하나의 기준이 아니라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이자 성취해야 할 이상향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한다.
의학적으로는 정상이라는 기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나 또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굳게 믿고 타인에게 강요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폭력 행위다. 한 사회가 특정 기준을 정해 놓고 그것만이 정상이라고 강조하며 따를 것을 강요한다면 그 사회야말로 표준편차를 벗어난 비정상적 사회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 나면 깨닫게 될 것이다.
유용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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