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호텔 프로젝트] 작은 산촌의 대변신…빈집은 호텔로, 주민은 호텔리어로

황지원 2023. 9. 1. 0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방곡곡 마을호텔 프로젝트] ⑨ 일본 야마나시현 ‘고스게촌 마을호텔’
마을 살리려 휴게소 운영하다
‘잘 곳 있다면 더 머물지 않을까’
150년 고택·절벽 위 폐가 개조
투어가이드 등 어르신 일자리도
일본 야마나시현 기타쓰루군 고스게촌은 도쿄 도심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인구 700명의 작은 마을이다

“작은 산골마을이 마을호텔로 기적을 만들었다!”

일본 야마나시현 기타쓰루군 고스게촌은 도쿄 도심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인구 700명의 작은 마을이다. 인구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마을을 살리고자 2015년 촌사무소는 고속도로 옆에 휴게소를 개업했다. 산천어 절임, 화덕 피자를 팔며 휴게소는 성업을 이뤘지만 이는 반쪽짜리 성공이었다. 관광객은 잘 곳 없는 마을을 몇시간 만에 떠날 수밖에 없었다. 촌장과 지방 재생 컨설팅 회사 ‘사토유메’는 힘을 합쳐 마을 내 고민가(일본 전통 가옥)를 개조해 2019년 마을호텔 문을 열고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이 마을호텔은 숙소 3동, 온천, 특산물 가게, 식당 등으로 이뤄졌다. 메인 건물인 ‘대갓집’은 150년 전 마을 유지가 지은 집으로, 집주인이 요양시설로 가면서 5년 넘게 빈집 상태였다. 이를 방 4개와 프런트, 식당이 딸린 마을호텔의 메인 건물로 개조한 것이다. 다니구치 슌야 지배인은 “고풍스러운 외관과 편안한 실내 시설을 갖춘 객실은 각각 내부 구조가 색다른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일본 야마나시현 고스게촌 마을호텔 프런트가 있는 ‘대갓집’
일본 야마나시현 고스게촌 마을호텔 프런트가 있는 ‘대갓집’. 150년 전부터 마을 유지가 대대로 살아온 저택이다. 프런트에는 다다미가 깔려 있어 일본 전통 가옥의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예로 대갓집에서 가장 넓은 방인 스위트룸은 4인실 복층 구조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인테리어다. 바닥엔 다다미가 깔려 있고 천장엔 150년 전 만들어진 목제 대들보가 그대로 드러나 건물의 역사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고급 침대도 구비돼 편안함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취향을 고려했다.

또 다른 객실은 대갓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절벽 위의 집’이다. 낭떠러지에 있는 폐가 수준의 빈집을 개·보수했다. 2동이 나란히 있는데, 각 동을 한 가족이 오롯이 사용할 수 있다. 그중 한 동에 들어서니 벽면 한쪽을 가득 채운 통창이 반긴다. 이 창을 통해 바라보는 울창한 산림은 한 폭의 그림이다.

고스게촌 마을호텔의 백미는 마을체험 프로그램이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도보 투어’다. 주민이 직접 가이드로 나서 폭포와 농장 등 마을 구석구석을 소개한다. 투어 종착지는 고스게 온천이다. 훌륭한 시설을 갖췄음에도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던 온천은 마을호텔과 휴게소가 유명해지며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대갓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엔 독채 숙소인 ‘절벽 위의 집’이 있다. 객실 통창을 통해 보는 산 경치가 매력적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후루야 스마에씨(68)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폐업 위기에 처했던 온천이 올해 골든위크(4월말∼5월초에 있는 일본의 황금연휴)엔 1000여명이 찾았을 정도”라며 “변화의 원동력은 마을호텔”이라고 강조했다.

이외 고스게촌 특산물인 고추냉이(와사비)·버섯 같은 채소를 수확해보는 체험도 빠트려선 안된다.

금강산도 식후경. 고급 식당이 제공하는 훌륭한 식사는 마을호텔 숙박에 정점을 찍는다. 식당은 과거 창고로 사용되던 곳이다. 이곳에선 24절기에 맞춰 고스게촌에서 재배한 제철 채소와 청정 자연에서 키운 멧돼지·사슴·산천어로 만든 코스 요리를 제공한다. 스즈키 히로야스 셰프는 “투숙객이 도보 투어 때 봤던 농산물이 곧장 식탁에 올라온다”면서 “‘팜 투 테이블’(농장에서 식탁까지)은 고스게촌 마을호텔에서 누릴 수 있는 이색 경험”이라고 밝혔다.

절벽 위의 집에 묵는다면 마을 특산품으로 직접 요리해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호텔 식당에선 24절기에 맞춰 고스게촌에서 나는 식재료로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
마을 내 특산품 가게에선 산천어 절임을 비롯한 농수산물을 판매한다. 니포니아 고스게 발원지 마을

마을호텔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면서 주민들의 삶도 달라졌다. 노인들은 투어 가이드나 셔틀버스 운전사, 정원사 등으로 제2의 삶을 살게 됐다. 틈틈이 투어 가이드와 셔틀버스 기사로 일하는 사토 히데토시씨(67)는 “마을호텔을 방문하는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게 돼 좋다”며 웃었다.

호텔에서 일하지 않는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크다. 이들에겐 호텔 식당과 특산품 가게라는 안정적 판로가 생겼다. 몇몇은 체험농장을 운영하며 부가 수입을 톡톡히 얻는다.

숙박료는 1인 기준 약 30만원으로 비싸지만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를 즐기러 온 손님들로 만실을 이룬다. 한해 방문객은 2000명 정도. 도쿄 등 인근 도시에서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중국·유럽·미국에서 오는 외국인 관광객도 20%나 된다.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땐 타인과 접촉을 적게 할 수 있는 관광지로 오히려 각광받았다.

대갓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엔 독채 숙소인 ‘절벽 위의 집’이 있다. 객실 통창을 통해 보는 산 경치가 매력적이다.

“귀촌을 꿈꾸지만 지금은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미리 체험하려고 고스게촌을 찾았어요.”

호텔 후기 사이트에서 자주 보이는 소감이다. 시마다 슌페이 사토유메 대표는 투숙객이 마을에 하룻밤 머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관계인구로 거듭나는 것을 꿈꾼다. 그는 “호텔에 방문한 이들이 고스게촌 매력에 빠져 마을을 반복해 찾고 나중에 이주까지 하도록 노력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