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연구센터 30주년] 농업 화두, 30년 전도 지금도 ‘지속가능성’

양석훈 2023. 9. 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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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연구센터 창립 30주년 기념행사…심포지엄 열어
UR·WTO 환경 속 대안 제시
푸드시스템·다기능성 등 소개
위기 여전…대대적 혁신 숙제
중장기과제 담은 농업법 제정
범정부 컨트롤타워 구축 제안
농정연구센터는 8월30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UR·WTO 삼십년, 한국 농업·농촌의 궤적과 미래’라는 주제로 창립 30주년 기념행사 및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태호 농정연구센터 명예이사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김병진 기자

‘오늘날 한국 농업은 해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농산물시장 전면 개방을 코앞에 뒀던 1993년 농정연구포럼(현 농정연구센터)이 처음 개최한 월례세미나의 발제문 첫 문장이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지금, 우리 농업의 처지는 달라졌을까.

농정연구센터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8월30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우루과이라운드(UR)·세계무역기구(WTO) 삼십년, 한국 농업·농촌의 궤적과 미래’ 심포지엄을 열었다. 농정연구센터의 의미를 되새기고 미래를 위한 역할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UR 타결 앞두고 센터 출범=농정연구센터의 모태는 1993년 6월 출범한 농정연구포럼이다. 당시는 UR 협상이 막바지로 치닫던 시기로 우리 농업에 전에 없던 위기감이 팽배했다. 이때 정영일 도농상생국민운동본부 대표(농정연구센터 명예이사장) 등 농업계 중견·소장 학자들이 위기 타개 방안을 모색하고자 만든 게 농정연구포럼이다.

포럼은 UR 협상 타결과 이에 따른 WTO 출범 이후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농산물 수입 개방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UR 협상 타결 직후인 1994년 1월 월례세미나의 주제는 ‘우리 농업의 진로’였는데 ▲쌀 생산 축소 ▲기업농 육성 ▲품질 차별화를 통한 수출 확대 ▲영농 기계화 등이 논의됐다.

8월30일 심포지엄에서 이태호 농정연구센터 명예이사장(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명예교수)은 “농정연구포럼이 태동한 1993년은 UR 타결을 앞두고 우리 농업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느끼던 때로 정책·조직·현장이 한마음으로 미래를 걱정하고 이후 닥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머리를 맞대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굵직한 농업 이슈 소개=농정연구포럼은 2001년 농정연구센터로 확대·개편됐다. 초대 이사장은 정 대표가 맡았다. 이후 350여회 월례세미나를 열고 86호의 계간지를 통해 농업 화두를 제시하고 논의를 선도했다.

푸드시스템 개념을 국내에 소개한 게 대표적이다. 시장 개방과 함께 국민 식생활도 우리농산물 위주에서 수입 농산물과 외식·가공식품 등으로 변화했다. 식생활과 우리 농업의 괴리가 커진 상황에서 농정연구센터는 농업연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먹거리가 국민에게 공급되는 푸드시스템과 농업의 관계, 그 안에서 우리 농업의 역할을 연구하고 이를 정책화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업의 다기능성 논의도 이끌었다. 농업이 생산 기능 이외에 생태, 환경, 경관, 지역사회 유지, 문화, 돌봄, 교육 등의 사회적 편익을 제공한다는 점을 주목했고 사회가 이런 편익에 대한 대가를 보상하도록 농정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명헌 농정연구센터 이사(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농정연구센터는 농업을 식료 가치사슬과 국민경제 차원으로 확장했고 사회적 농업, 식품 안전, 로컬푸드, 푸드플랜 등을 선구적으로 연구해 정책화하는 데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농업 지속성, 여전히 숙제=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우리 농업은 여전히 지속가능성을 위협받는 처지라는 진단이 심포지엄에서 나왔다. 30년 동안 한국 농업이 겪은 변화에 상응하는 대대적인 농정 혁신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농정 혁신이 필요할까. 정 대표는 ▲농정 기본틀을 5∼10년간 중장기 농정 과제를 담은 미국·유럽연합(EU)식 농업법으로 대체 ▲농업정책을 소수 전업농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다양한 형태의 부업농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여건 조성 ▲경자유전 원칙에서 벗어나 농지이용 효율화 정책으로 전환 ▲쌀정책은 과도한 규제와 간섭을 줄이고 시장원리의 활용을 통해 쌀산업 잠재력 최대한 발휘 ▲인구감소 시대 범정부 농촌정책 컨트롤타워 구축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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