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부모의 예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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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손자를 보러 딸네 집에 간다.
나도 손자에게 "할머니 눈동자를 봐봐. 네 얼굴이 보이지? 할머니가 너를 너무 사랑해서 할머니 눈 안에 너의 얼굴을 담아뒀단다"라고 말해줬다.
할머니가 해준 말을 기억해뒀다가 어린이집에 가서 말한 손자가 신기했고 그걸 관찰해준 선생님께도 감사했다.
우선은 집안 부모의 말버릇부터 바꿔보는 것이 조금은 세상이 평화로워지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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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손자를 보러 딸네 집에 간다. 갓 두돌이 지난 손자에게 동화책을 자주 읽어준다. 얼마 전에는 가수 장윤정씨가 지은 ‘모두의 눈 속에 내가 있어요’란 책을 읽어줬다. 장윤정씨는 이 동화를 쓰게 된 동기가 아들과의 경험에서였다고 밝혔다.
“어느 날 아들 연우가 제 눈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놀라더라고요. 그래서 엄마가 연우를 사랑해서 연우가 보고 싶을 때마다 보려고 눈에 담아둔 거라고 말해줬더니 그 후로 만나는 사람마다 눈을 손가락으로 벌려 자기 얼굴을 찾아보더라고요. 그러면서 행복해하던 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메모해뒀던 글입니다. 아이는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때 가장 행복해하고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나도 손자에게 “할머니 눈동자를 봐봐. 네 얼굴이 보이지? 할머니가 너를 너무 사랑해서 할머니 눈 안에 너의 얼굴을 담아뒀단다”라고 말해줬다. 손자는 신기한 듯 내 눈 속의 자기 모습을 바라봤다.
며칠 후 딸이 문자를 보냈다. 손자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선생님들이 매일 아기들의 활동사항을 메모해 보낸 내용이었다. 손자가 그날 어린이집에 등원하자마자 친구에게 얼굴을 들이밀고 눈을 보면서 “너는 눈이 참 예쁘다. 근데 내 눈에 네가 보이지? 네 눈에도 내가 보여”라고 했단다. 선생님은 “시하가 항상 말을 참 사랑스럽고 예쁘게 해요”라는 글도 남겼다. 할머니가 해준 말을 기억해뒀다가 어린이집에 가서 말한 손자가 신기했고 그걸 관찰해준 선생님께도 감사했다. 그 동화를 쓴 장윤정씨도 고마웠다. 예쁜 말들이 이어지는 것 같아서다.
또 유튜브에서 너무 아름다운 영상을 봤다. 아파트 단지에서 작은 반찬가게를 한다는 분이 전한 내용이다. 그날 도와주는 분이 오지 않아서 친정어머니가 계산을 도와줬단다. 일하다가 다치셔서 의수를 끼는 어머니는 장시간 껴서 손이 간지러워지자 의수를 벗어놓으셨단다. 그때 네살쯤 되는 아이와 엄마가 함께 가게에 왔는데 아이가 “할머니는 왜 손이 없어요?”라고 물었다. 그런데 아이의 엄마가 “할머니는 음식을 너무 맛있게 만드셔서 천사들이 손을 빌려 간 거야. 하늘나라에 가시면 손도 받고 선물도 받으실 거야. 그러니 ‘할머니,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라고 해야지”라고 말하며 계산을 하고 아이와 함께 갔단다.
요즘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이 선생님들에게 막말과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학교 폭력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고등학생들의 대화는 대부분 비속어와 욕설이다. 거리에서 만난 여중생들이 조폭들이나 쓰는 저속한 언어와 욕을 해서 충격을 받기도 했다. 기자 시절, 살인범 등 범죄자들을 취재한 경험에 따르면 화목한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담뿍 받고 자란 이들은 거의 없었다.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직업도 내세울 것이 없는 부모라도 아이들과 항상 스킨십을 나누고 고운 말, 덕담을 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표정도 밝고 반듯했다.
지나가는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햇볕이듯 아이의 잘못이나 실수를 바로잡는 것도 공포에 찬 훈육은 아니다. 법이나 정책을 바꾸는 것보다 힘든 것이 말버릇을 바꾸는 것이다. 우선은 집안 부모의 말버릇부터 바꿔보는 것이 조금은 세상이 평화로워지는 길이 아닐까.
유인경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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