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통식품이라 일컫기 무색한 시판 고추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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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식품이란 국산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가공·조리해 고유의 맛과 향을 낸 식품을 일컫는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전통식품품질인증 품목규격에 따르면 메주·고추장 등 106개 품목이 전통식품 대상으로 적시돼 있다.
'식품공전'상 고추장 요건이 고춧가루 함량 6% 이상이면 되니 이를 악용해 고추양념만 쓰거나 고춧가루를 넣더라도 중국산만 소량 추가해 만든 고추장을 내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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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식품이란 국산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가공·조리해 고유의 맛과 향을 낸 식품을 일컫는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전통식품품질인증 품목규격에 따르면 메주·고추장 등 106개 품목이 전통식품 대상으로 적시돼 있다. 고추장은 메주를 발효원으로 해 발효·숙성 전에 고춧가루·전분·식염 등을 혼합한 것이다. 원료는 당연히 국산이어야 하고, 통상적인 고춧가루 함량은 12% 이상이다.
그런데 시중에 판매하는 고추장들이 전통성을 무시한 ‘무늬만 고추장’이어서 말썽이다. 한 시민단체가 지적한 것처럼 새삼 시판 고추장이 논란인 까닭은 전통식품 기준은 물론 보편적 관념에서 볼 때도 자격 미달이기 때문이다. 현재 시판 고추장 상당수는 중국산 고추양념(일명 고추다대기)을 가공한 것으로, 국산 고춧가루는커녕 중국산 고춧가루조차 들어가지 않은 제품이 적잖다. ‘식품공전’상 고추장 요건이 고춧가루 함량 6% 이상이면 되니 이를 악용해 고추양념만 쓰거나 고춧가루를 넣더라도 중국산만 소량 추가해 만든 고추장을 내놓는 것이다.
고추장 기준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메주 등의 원료에 국산 고춧가루를 충분히 넣어 숙성한 고추장보다 풍미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고추장 제조업체들이 중국산 고추양념을 쓰는 이유는 원가 때문이다. 수입 고추양념 가격은 1㎏당 1.4달러로 관세 27%인 냉동고추보다는 2배 비싸지만 가공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사용할 수 있어 대기업·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선호한다. 지난해 고추양념 수입량은 10만6180t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고추장이라지만 내용인즉슨 수입 양념으로 고추장을 흉내 낸 모양새니 대표 전통식품으로서 체면이 영 말이 아닌 상황이다. 국산 고춧가루 함량을 늘리는 등 품위를 높여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고추장의 정체성 찾기는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 열풍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한식을 맛보려고 찾아온 외국 관광객에게 수입 고추양념으로 만든 요리를 내놓는 건 말이 안된다. 제조업체의 각성은 물론 식품당국도 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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