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찰 확충, 필요하긴 한데…" 일선 경찰서는 속앓이…왜?

서상혁 기자 2023. 9.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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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이르면 다음 주 조직 개편 방안 발표…내근직 현장 배치 유력
현장은 "환영" 분위기…본서는 "지금도 인력난, 업무 과중될 것" 우려
서울시 신림역, 성남시 서현역 등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경찰 당국이 특별치안 활동을 선포한 4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지하철 강남역 인근에 경찰특공대와 전술장갑차가 배치돼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흉기난동과 그에 대한 모방범죄 등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다"고 밝히고, 총기와 테이저건 등 물리력을 적극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2023.8.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신림동 흉기난동 등 이상동기범죄가 잇따르면서 경찰이 이르면 다음 주 민생 치안 강화 방안을 발표한다. 본청과 시도청, 일선 경찰서(본서) 인력을 지구대 등 현장으로 배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하반기 인사가 이뤄진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대규모 조직 개편에 나서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같은 조직개편안에 대해 일선 경찰서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본서 근무를 기피하는 분위기 탓에 가뜩이나 경찰서로 오지 않으려 하는데, 조직 개편까지 이뤄지면 충원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형사나 수사과의 경우 인력이 줄어들면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져 민원이 속출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르면 다음 주 조직 개편…본청·시도청·본서 인력→지역경찰 배치 유력

1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르면 다음주 민생 치안 중심의 인력 재배치 방안을 발표한다. 현재 본청과 시도청 지원인력을 중심으로 전체 인원의 5% 내외를 지구대와 파출소 등지역 경찰로 재배치하는 내용(본지 "내근직 이제 순찰차 탄다"…경찰청·시도청 최소 천명 치안현장 배치 참고)이 검토되고 있다. 일선 경찰서 인력도 조정 선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초 고위급을 제외한 하반기 인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같은 조직 개편은 이례적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미 인사가 난 시점에서 이렇게 조직 개편에 나선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신림동 흉기난동 등 이상동기범죄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치안 일선을 책임지는 지구대와 파출소 인력은 '태부족'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치안 중심으로 경찰 인력 개편을 적극 추진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지역경찰 인력 부족 문제는 그간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이긴 하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인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하반기 인사 직후인 지난달 4일 기준 서울 관내 31개 경찰서의 지역관서 중 '정원'에 못 미친 곳은 27곳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인사 직전(6월말) 6곳에서 크게 늘었다.

지역관서의 인원도 상반기 대비 줄었다. 자료에 따르면 31개 경찰서 모두 상반기 대비 지역경찰 인력을 감축했다.

31개 경찰서의 지역경찰의 하반기 인사 직전 인원은 총 1만764명이었는데, 인사 직후엔 1만311명으로 줄었다. 단순 계산으로 경찰서당 14.6명의 지역경찰 인력이 줄어든 셈이다. 대부분 기동대나 본서로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방침이 전해지자, 지구대와 파출소 등 현장에선 반기는 분위기다. 모 지구대 관계자는 "묻지마 범죄로 치안 수요는 계속해서 높아지는데, 하반기 인사 이후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업무 강도가 상당히 강해졌다"며 "당장 인원이 늘어난다니 반가운 소식"이라고 전했다.

◇"안 그래도 본서 안 오려 하는데…" 일선 경찰서도 '인력난 우려'

반면 일선 경찰서 내부에선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온다. 그간 경찰서의 형사·수사 인력 이탈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조직 개편으로 인력이 더 빠져나가면 사실상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가득하다.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최근 경찰 내부에도 스며들면서 본서보다는 지구대나 파출소 등 현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역경찰은 퇴근하면 추가 업무가 없지만, 본서는 대체가 불가능한 업무가 많아 퇴근 후에도 불려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본서는 정원을 채웠고, 지역경찰은 못 채웠다는 지적이 있는데 업무에 비해 정원이 적절하게 분배됐는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형사나 경제 부서의 경우 사건이 상당히 많은데, 인력이 빠지면 처리 기간이 길어져 민원도 속출할 것"이라며 "본청이나 지방청을 중심으로 줄인다지만, 본서로 불똥이 튈지 누가 알겠나"라고 말했다.

'을과 을'의 갈등으로 비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본서나 지역경찰 모두 경찰 조직에 있어 '기초'를 담당하는 만큼, 본청이나 지방청 내근직을 중심으로 재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경찰 내부망엔 "본청과 지방청, 경찰서 형태로 계층화가 불필요하게 많이 이뤄진 탓에 인력 배분이 어려워졌다" "조직구조 단순화가 필요하다"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민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현장 인력을 늘리는 방향 자체는 맞다"면서도 "다만 형사나 수사 등 본서에서도 최소 필요 인력이 있는데 그를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줄이게 되면,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등 시민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직마다 '정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과학적인 분석이 선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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