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목적댐 20곳 중 16곳, 장마철 강수량 올해 최고
“치수 대책 서둘러야” 목소리
올해 국내 다목적댐 20곳 중 16곳이 역대 장마철 중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후변화와 ‘엘니뇨’가 발달한 영향 등으로 분석된다. 내년에도 극한 강수가 나타날 가능성이 큰 만큼 치수(治水)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한국수자원공사가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다목적댐 20곳을 대상으로 역대 장마철 강수량을 산출한 결과 16곳이 올해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섬진강댐은 940㎜의 비가 내리면서 1975년 준공 후 4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어진 지 40년이 넘은 안동댐(1977년 준공·46년), 대청댐(1981년 준공·42년)도 올 장마 때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다목적댐은 ‘200년에 한 번 내릴 가장 많은 비’를 감당하는 용량으로 짓는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극한 호우가 빈번해지면서 40여 년 전 계산한 값을 넘는 비가 내릴 수 있다.
최고치를 경신한 댐 중 30년이 넘은 댐은 임하댐(30년), 합천댐(35년), 주암댐(32년) 등 3곳이다. 20년이 넘은 댐도 남강댐(23년), 밀양댐(21년), 용담댐(21년), 부안댐(26년), 보령댐(25년) 5곳이다. 우리나라는 홍수 방어를 대부분 다목적댐에 의지한다. 기후변화를 반영해 댐을 재정비하지 않고 수십 년 전 설계된 댐의 홍수 조절 능력에만 의존하면 예상치 못한 재난을 겪을 수도 있다.
올해 장마는 6월 25일 시작해 7월 24일 끝났다. 충청권과 남부 지방에 비가 집중돼 지류와 지천(지방 하천)이 넘치며 홍수 피해를 겪었다. 예년보다 많은 비는 ‘엘니뇨’가 발달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엘니뇨가 생기면 남부 지방으로 수증기를 밀어넣는 대류 활동이 활발해진다. 전 지구적으로도 해수면 온도가 높았다. 바닷물이 뜨거우면 수증기 공급이 많아지며 비구름대가 덩치를 키우게 된다. 엘니뇨는 11~12월 전성기를 지나 이듬해 여름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내년에 더 많은 비가 예상된다. 홍수 위기가 커질 수 있다.
각국은 기존 댐을 리모델링하거나 보조댐을 만드는 식으로 극한 기상에 대비하고 있다. 댐 신·증축엔 평균 15년 안팎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우리도 치수 대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중소 규모 신규 댐을 건설하고 기존 다목적댐도 상류에 보조댐을 건설해 용량을 키우는 등 치수 종합 대책을 10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라며 “지류·지천 정비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이주환 의원은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큰 물그릇을 준비해야 하는데 정쟁과 이념으로 인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댐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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