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대못] 文 정부, ‘계속 운전’ 신청 안 해 원전 6기 중단 위기
작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전면 폐지하고 ‘원전 최강국’을 건설하겠다고 공언했다. 새 정부는 2018년 65%까지 추락했던 원전 가동률을 81%대까지 끌어올리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등을 추진하며 원전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위해 심어놓은 대못 탓에 원전 산업 정상화는 예상보다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원전 산업 회복에 걸림돌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1983년 4월 9일 상업 운전을 시작한 국내 세 번째 원자력발전소 고리 2호기는 운영 허가 만료로 지난 4월 40년 만에 발전을 중단했다. ‘계속 운전’ 허가를 받으면 재가동이 가능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신청하지 않았고 운영이 종료됐다. 계속 운전은 예상 수명에 도달한 원전의 안전성을 평가해 문제가 없으면 운전을 계속하는 것을 말한다.
1일 에너지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국내 원전 25기 중 2030년까지 운영허가 만료를 앞둔 원전은 고리 2호기를 포함해 10기다. 이중 4월에 가동을 멈춘 고리 2호기 ▲고리 3호기(2024년 9월) ▲고리 4호기(2025년 8월) ▲한빛 1호기(2025년 12월) ▲한빛 2호기(2026년 9월) ▲월성 2호기(2026년 11월) 등 6기는 문 정부 때 계속 운전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아무런 절차를 밟지 않아 지금 신청하더라도 일정 기간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에 따르면 운영허가 만료일 2~5년 전에 계속 운전을 신청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작년 9월 이런 문제를 인지한 뒤 고리 3호기와 4호기에 대한 계속 운전 신청서를 제출했다. 새 정부는 가동 중단을 최소화하기 위해 절차를 빠르게 추진했다. 고리 3·4호기는 주민 공청회를 마쳤으나 설계 수명 만료 전에 가동 연장 절차를 끝내기는 어려워 1~2년간의 가동 중단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고리 3·4호기의 재가동 시점을 2026년으로 예상한다.
가동 중단이 예상되는 원전 6기의 지난해 발전량은 342억449만8578㎾h(킬로와트시)였다. 국민 1인당 평균 전력소비량이 연 1만330㎾h인 점을 고려하면 331만1180명에게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부산시(인구 330만9261명) 전체가 연간 사용하는 전기와도 비슷하다.
한수원은 지난 6월 한빛 1·2호기에 대해서도 계속 운전을 위한 주기적 안전성 평가보고서(PSR)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제출했다. 원안위는 한수원이 제출한 보고서를 검토해 한빛 1·2호기 계속 운전 여부를 결정한다. 새 정부가 계속 운전 절차를 서두른다고 해도 신청이 늦어져 한빛 1·2호기 역시 일시적인 가동 중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운영 허가 만료 후에도 원전을 계속 가동하려면 주기적 안전성 평가(PSR), 주요기기 수명평가(LER), 방사선 환경영향평가(PER)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최소 3~4년이 필요하다. 여기에 노후 설비 교체에도 수개월이 걸린다.
해외 주요국은 설계 수명이 끝난 원전의 안전을 보강해 계속 운전한다. 미국은 가동 원전 93기 중 85기, 일본은 33기 중 4기, 프랑스는 56기 중 19기, 캐나다 19기 중 15기가 계속 운전 승인을 받았다. 미국은 계속 운전 기간이 20년으로 한국보다 2배 길다. 40년의 설계 수명이 끝난 뒤 두 차례 운전을 연장하면 총 80년까지 원전을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 상당한 비용 손실이 발생한다. 한수원에 따르면 2030년까지 운영허가가 종료되는 10개 원전의 지난해 발전량은 622억7810만5038㎾h였다. 이들 10개 원전의 연간 발전량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대체하면 연간 약 15조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정부 관계자는 “안전성을 검증해 설계 수명이 끝난 원전을 10년 단위로 계속 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에너지 공백을 막기 위해 운영 허가가 만료되는 원전은 계속 운전을 신청하겠지만, 일부 원전의 가동 중단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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