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 ‘정찰위성’ 부품 조달 겨냥 제재 발표
北, 러에 무기 조달 대가로 核 미사일 부품 제공 받나
미국 정부가 북·러 국적자 및 관련 기관들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이라 주장하는 발사체를 발사한 데 대한 대응 조치라고 미 정부는 밝혔다. 전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포탄 등 무기 지원을 받기 위한 북·러 간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힌 미국 정부가 북·러 밀착을 경계하면서 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특히 미국은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포탄을 받는 대가로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첨단 부품 및 기술을 북한에 제공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정찰 위성 1발을 발사했지만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지난 5월 발사에 실패한 지 85일 만인데 일부 기술적 진전이 이뤄져 최종 성공은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위성 발사는 유엔 대북 제재 위반이다. 위성 발사 추진체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핵, 미사일 개발로 간주된다. 유엔은 북한의 모든 추진체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31일(현지 시각) 북한 국적자 1명과 러시아 국적자 1명, 단체 1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제재 대상은 개인은 북한 노동당 관리인 전진영(42), 러시아 국적자 세르게이 미하일로비치(63)이고 단체는 인텔렉트 LLC(INTELLEKT LLC)다. 재무부는 “오늘 조치는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관련해 북한 조직을 직접 지원하거나 수익 창출을 도운 (북·러 국적의 )개인 2명과 러시아 국적자 한 명이 소유한 회사도 포함된다”고 했다.
이날 재무부 제재는 제2자연과학원(공식 명칭 국방과학원)을 겨냥했다. 재무부는 “러시아에 거주하는 전진영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본사를 둔 인텔렉트와 제2자연과학원이 세운 위장회사간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했다. 제2자연과학원은 북한의 군사무기 개발을 주도하는 연구소로, 우리의 국방과학연구소(ADD)에 해당한다. 이 기관은 국방위원회 직속 기관으로, 중앙당 군사위원회와 국방위원회의 지시를 받는다. 특히 북한의 국방 연구 및 개발 프로그램을 지원할 원자재와 기술을 얻기 위해 국방 관련 조달 등을 담당하는 산하 기관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러시아에 ‘유령 회사’를 앞세워 정찰위성 개발에 필요한 부품들을 조달했다는 것이다.
재무부에 따르면 전진영은 미하일로비치가 소유한 회사에 북한 건설 노동자들을 고용시키는 데에도 관여했다. 그는 미하일로비치가 소유한 회사 중 한 곳에서 임원으로 재직했다고 한다. 재무부는 “전진영이 선박 건조 산업에서 사용되는 품목을 (북한으로) 조달하는 데 미하일로비치가 도움을 줬다”고 했다. 군사 목적으로 전용이 가능한 ‘이중 용도(dual use)’ 장비 및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조달해 북한으로 전달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전날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기자 회견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팔 경우 러시아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방어해주고 나아가 허용해줄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했었다. 이번 제재는 러시아가 북으로부터 무기를 제공받는 대가로 북핵 및 미사일 부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하고 이에 대해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차관은 “이날 제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및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가능하게하는 네트워크를 타깃으로 한다”며 “미국은 북한의 불법적이고 파괴적인 활동에 맞서기 위해 한국 및 일본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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