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구상에 추상, 패턴과 확장성… 젠박의 ‘패션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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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과 면으로만 구성한 추상이다.
색과 면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구상의 틀로 추상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박영택 경기대 예술학과 교수는 "젠박은 지나간 모더니즘 이론으로 추상을 하는 대신 일상의 사물에서 구상을 가져와 추상의 패턴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색과 면의 배열을 통해 자기 상상에 의해 구현된 세계를 구체화시키고, 그림 자체에 무거운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회화 자체의 미덕이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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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감·작업 자체 즐겨… 요즘 예술 극단, 회화 세계 완성 기대
색과 면으로만 구성한 추상이다. 하지만 무거운 느낌의 기존 추상과는 다르다. 레고의 틀을 빌려왔다. 그 안을 추상으로 채웠다. 추상으로 채워진 구상은 일종의 패턴을 띠며 끝없이 이어진다. 확장성이 특징이다. 이는 한데 모여 작가가 구상한 이미지(도시공간)를 나타낸다. 색감, 구도, 이미지의 특성을 종합하면 ‘패션 회화’라 불릴 만하다.
서울 종로구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젠박(38) 작가의 ‘계속되는 여정: 서울’전 출품작 얘기다. 이번 전시에서 박 작가는 레고를 모티프로 서울의 풍경과 이미지를 표현한 회화와 설치작 등 총 30점의 작품을 전시했다. 9월 6~10일에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내 대표 아트페어 키아프(Kiaf)전에서도 그의 작품을 일부 전시한다.
구상을 활용한 추상이란 점이 그가 만든 작품의 가장 독특한 점이다. 그것도 누구에게나 친숙한 레고다. 색과 면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구상의 틀로 추상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해석이 어려운 추상의 세계로 관객이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수단으로 풀이된다.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허무는 셈이다.
놀이와 예술이 뗄 수 없는 관계란 점에서도 박 작가의 작업은 대중성이 있다. 그의 작품은 파스텔톤의 밝은색으로 가득 차 있다. 밝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그가 작업하는 방식도 유쾌하다. 그는 자신이 채도와 명도를 조율해 만든 자기만의 색에 이름을 붙인다. 박 작가는 평소 “색은 나에게 ‘hope(희망)’이자 ‘happiness(참된 행복을 찾는 것)’”라고 말한다. 그는 작품의 장르도 놀이와 같이 확장한다. 회화 속 색과 면은 레고 블록과 같이 끝없이 이어지는데, 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레고 블록과 같은 설치작도 만들어 함께 전시한다.
그의 작업은 거대담론을 얘기하는 기존 예술의 문법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하지만 독창적 표현방식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체화시키고, 원초적이고 밝은 색감으로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 청년세대가 선호하는 요즘 예술의 '극단'인 셈이다. 다만 도시 공간에서 느낀 지각 체험의 극단적 단순화가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살 수 있을지, 패션 디자인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이미지의 패턴화가 작가만의 회화 세계 확장과 완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영택 경기대 예술학과 교수는 “젠박은 지나간 모더니즘 이론으로 추상을 하는 대신 일상의 사물에서 구상을 가져와 추상의 패턴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색과 면의 배열을 통해 자기 상상에 의해 구현된 세계를 구체화시키고, 그림 자체에 무거운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회화 자체의 미덕이 있다"고 평했다. 전시는 9월 23일까지.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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