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공격적일 땐 잠시 거리를 두세요

박준성 두드림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2023. 9. 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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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
우리 아이 마음 상담소
분노와 공격성

중학교 2학년 A양은 매일 아침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써 부모와 갈등을 빚었다. 아침마다 긴 실랑이가 오고 간 다음에야 등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A양은 부모에게 소리를 지르며 방에 있는 모든 물건을 집어 던지고 문을 걸어 잠갔다. 등교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부모와 대화도 하지 않으려 했다.

쉽게 화를 내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은 또래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아이들의 마음 상태는 이미 한계 이상으로 물을 가두고 있는 댐과 닮았다. 수량이 조금이라도 늘어날 경우 댐에 균열이 가고 무너지듯, 이들은 아주 작은 자극에도 엄청난 분노를 폭발시킨다. 친구가 자기 어깨를 건드려서, 엄마가 게임을 못 하게 해서, 날씨가 더워서 등 평범한 일상이 유발 요인이 되는 경우도 자주 있다. 따라서 아이들의 마음이 어쩌다 이미 폭발하기 쉬운 상태가 됐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픽=양진경

아이가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면 흔히 환경적인 원인을 먼저 떠올리고는 한다. 비행 친구와의 교류, 학교에서의 괴롭힘, 부모의 학대와 방임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이의 공격성은 환경적 원인과 생물학적인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 발생하는 문제다. 아이의 가정 환경, 친구 관계뿐만 아니라 아이의 평소 행동이나 특정 상황에서의 대처 방법 등을 다방면으로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공격성의 원인을 한 가지 이유로 단정 지은 다음 그 이유를 제거하려고만 한다면 제대로 된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별다른 환경적인 원인이 없는데도 공격성을 띠는 아이 중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우울증 등의 정서적 문제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기질적으로 공격적이고 강박적인 성향을 강하게 타고나 원칙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일을 겪을 때 분노를 느끼는 아이들도 자주 보인다.

쉽게 분노하는 자녀를 훈육할 때는 차분하고 단호한 태도로 “폭력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해줘야 한다. 자녀의 공격성과 반항을 처음 접하는 부모 중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적인 행동으로 자녀를 제압하려 하는 경우가 많다. 놀랍고 당황스러워서 나오는 반응이다. 하지만 부모가 화를 내면 아이는 자신의 문제 행동보다 부모의 태도에 주목한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부모의 행동을 따라 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화가 났을 때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면 아이는 그 모습을 모방한다. 부모의 훈육으로 아이가 반항과 폭력을 줄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심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자녀와 부모 모두가 힘들어지는 악순환의 길이다.

박준성 두드림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아이에게 무언가 지시를 하거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할 때 길게 설명하는 것도 안 좋다. ‘왜 그게 나쁜 행동인지’, ‘앞으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등을 구구절절 얘기해도 어차피 분노에 휩싸인 자녀에게 부모의 설명은 들리지 않는다. 길고 반복적인 설명을 하다 보면 말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설명은 아주 짧게 딱 한 번만 하고, 그 이후에는 아무 말도 안 하거나 잠시 자녀와 거리를 두는 게 좋다. 아이는 물론 부모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생각할 시간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조용한 장소에 보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혹여 ADHD나 우울증, 반항장애, 품행장애 등 정신 질환이 의심된다면 아이와 함께 정신의학 전문가를 방문해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공격성을 조절하는 약물 치료도 도움이 된다. 전문가의 상담과 치료 없이 부모가 자의적인 판단으로 아이의 행동을 그냥 받아들이거나 무관심한 태도로 대처할 경우, 아이의 공격성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아이가 반항장애 또는 품행장애가 의심되는 경우엔 부모만이라도 전문가를 방문해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 아이가 반항장애 또는 품행장애를 앓고 있을 경우 보상과 제재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 등 부모의 노력만으로도 아이의 상태가 호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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