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잊힐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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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얘기다.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삭제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에 의해 권리가 남용될 소지도 있다.
니체의 말처럼 아동·청소년이 자신의 실수를 잊을 수 있게 도와주는 '지우개 서비스'는 그 배려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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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얘기다.
우리가 어제의 후회에서 벗어나 새로운 오늘을 시작할 수 있는 건 니체의 말처럼 망각의 힘에 기대 부정적 기억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1년 전 오늘을 확인하라며 알람을 띄워주는 디지털 환경에서 망각의 축복은 유효할까.
2010년 스페인 변호사 마리오 곤살레스는 구글 검색창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면 12년 전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의 경매공고 기사가 나타나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 파산상태였던 그는 이미 채무를 상환했기에 해당 정보의 삭제를 청구했다. 구글은 불응했고 관련 재판은 그 유명한 '잊힐 권리' 논의의 시작이 됐다.
온라인에서 정보는 빠르게 공유되고 광범위하게 전달되며 지속적으로 노출되기에 삭제가 어렵다. 문제는 곤살레스의 사례처럼 특정 개인과 관련된 정보가 온라인에 게시된 후 삭제되지 않을 때 개인에게 물질적·정신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언론중재법 등을 통해 잊힐 권리를 일부 보장하지만 이 권리는 법적으로 정의되거나 단일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 잊힐 권리는 표현의 자유 또는 알권리 등 다른 기본권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사안에 따라 인정 여부 및 적용범위가 달라지기에 구체적으로 입법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삭제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에 의해 권리가 남용될 소지도 있다.
그럼에도 잊힐 권리가 적극 보장돼야 할 대상이 있다. 아동·청소년이 정보 주체인 경우다. 아동·청소년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로 어릴 때부터 활발히 온라인에서 활동하지만 온라인에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의미를 온전히 이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올해부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아동·청소년의 디지털 잊힐 권리를 지원하는 '지우개 서비스'를 시범운영 중이다. 24세 이하 국민을 대상으로 18세 미만 아동·청소년 시기에 온라인에 작성한 게시물 중 개인정보가 포함된 게시물의 삭제를 지원한다.
서비스 신청자들은 "어린 시절 멋모르고 올린 글을 지우고 싶다"고 한다. 이들은 웹사이트 정책상 게시물에 댓글이 달리면 자신들의 삭제권한이 사라진다는 사실, 계정을 생성할 때 사용한 휴대폰번호를 바꾸면 계정의 비밀번호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노출된 개인정보로 손해를 입거나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더 예측하기 어렵다.
아동·청소년 스스로도 △게시물 게시 전에 개인정보 노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기 △게시물 공개범위 설정하기 △목적달성 게시물 삭제하기 등 간단한 수칙을 지켜 흑역사 생성을 줄여야 한다. 또 어른들이 만든 규칙에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아동·청소년이 피해를 겪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 배려가 선행돼야 한다. 니체의 말처럼 아동·청소년이 자신의 실수를 잊을 수 있게 도와주는 '지우개 서비스'는 그 배려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김주영 한국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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