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년 전 묻힌 美육사 타임캡슐… 열었더니 동전 몇 닢만 덩그러니
“타임캡슐 때문에 온 거죠? 여기 지금 그것 때문에 난리도 아니에요. 세상에 어떻게 그 안에 아무것도 없을 수가 있지?” 지난 29일(현지 시각) 뉴욕시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 떨어진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에서 만난 한 주민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바로 전날인 28일 오전 10시 30분 웨스트포인트 내 미 육군사관학교에서는 타임캡슐 개봉 행사가 열렸다. 학교는 올해 여름 경내에 있던 ‘타데우시 코시치우슈코’의 기념비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기념비 아래에 묻혀 있던 가로·세로·높이 약 30㎝인 상자를 발견했다. 타데우시 코시치우슈코는 1746년 폴란드-리투아니아 대공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 독립 전쟁에 참여해 혁혁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타임캡슐을 발견한 웨스트포인트 유지·보수 담당 매니저는 “여기 상자가 있다”고 외치면서 “모든 작업자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고 뒤로 물러서라”고 지시했다.
육사는 곧바로 이 캡슐에 대한 정밀 조사에 들어갔는데, 1828년에 묻힌 것으로 확인됐다. 육사는 흥분의 도가니가 됐다. 육사 관계자들은 “이 상자 안에 기념비의 원본 도면과 왜 세웠는지가 담겨 있으면 좋겠다. 기념비를 세운 젊은 생도들의 편지나 당시 장신구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한껏 기대했다. 지난 28일은 학교가 교장과 생도들, 귀빈 등을 모아 강당에서 개봉식을 열기로 한 날이었다.
이날 타임캡슐 개봉 행사는 유튜브에서 실시간으로 방송됐다. 그런데 날카로운 도구로 뚜껑을 여니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순간 약 5초간 정적이 흘렀고 타임캡슐을 연 작업자는 손전등으로 연신 내부를 살폈다. 타임캡슐 내부 모습이 강당의 커다란 화면에 나왔는데, 보이는 것은 회색의 진흙 같은 물질뿐이었다. 객석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이 터져 나왔고, 결국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채 행사가 종료됐다. 학교와 마을 주민들 모두 충격에 휩싸여 “도대체 옛날 생도들이 왜 빈 상자를 넣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로부터 이틀 후인 30일에 반전이 일어났다. 학교는 “상자 안에서 1795년에서 1828년 사이의 미국 동전 6개와 기념 메달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학교의 고고학자가 상자를 연구실로 가져가 작은 나무 막대기와 붓으로 샅샅이 뒤졌더니 나왔다고 한다. 이 동전을 발견한 고고학자 폴 허드슨은 “개봉식 무대에서 이걸 발견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라고 했다. 학교가 공개한 동전 관련 유튜브 영상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댓글이 달렸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수능 포기한 18살 소녀, 아픈 아빠 곁에서 지켜낸 희망
- “미친정권의 미친판결” 野 3차 정권퇴진 장외집회
- [단독] ‘동물학대’ 20만 유튜버, 아내 폭행하고 불법촬영한 혐의로 입건
- [단독] ‘제주 불법숙박’ 송치된 문다혜, 내일 서울 불법 숙박 혐의도 소환 조사
- ‘58세 핵주먹’ 타이슨 패했지만…30살 어린 복서, 고개 숙였다
- 美검찰, ‘월가 마진콜 사태’ 한국계 투자가 빌 황에 징역 21년 구형
- 아이폰부터 클래식 공연, 피자까지… 수능마친 ‘수험생’ 잡기 총력전
- “사법부 흑역사…이재명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 野 비상투쟁 돌입
- 방탄소년단 진의 저력, 신보 ‘해피’ 발매 첫날 84만장 팔려
- [부음]김동규 한신대학교 홍보팀장 빙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