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젊은 당뇨…'다음·다뇨·다식' 삼다증이 초기 신호 [Weekend 헬스]
유전도 원인…가족력 있다면 검진 필수
인슐린 분비가 원인인 제2형이 대부분
혈당 올라가면서 동시에 소변배출 늘고 식욕 늘어나지만 체중 줄고 피로 느껴
김난희 고려대안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8월 31일 "예전에는 당뇨병이 '성인 당뇨'로 불리며 주로 40세 이상에서 발생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30세 이하 젊은층에서도 늘고 있고 이는 청소년 비만과도 관련이 깊다"고 설명했다.
■당뇨병, 소변으로 포도당 배출
당뇨병은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돼 붙여졌다. 정상인의 경우에는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제 역할을 해서 소변으로 당이 배출되지 않을 정도로 혈당이 조절된다. 그러나 인슐린이 모자라거나 췌장이 제대로 일을 못하면 혈당이 상승하고, 이로 인해 혈당이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가 되는 당뇨병이 생긴다.
당뇨병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제1형, 제2형, 임신성 당뇨병이다. 제1형 당뇨병은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병으로 우리나라 당뇨병의 2% 미만을 차지한다. 주로 사춘기나 유년기에 발생하고, 30세 전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지만 성인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국내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은 제2형 당뇨병이다. 몸의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면서 인슐린 작용이 원활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인슐린 분비의 장애가 생겨 혈당이 올라가는 병이다.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 전에는 당뇨병이 없다가 임신 중에 혈당이 높아지는 당 대사 장애다. 대부분 분만과 동시에 호전되지만 일부에서는 당뇨병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유전과 비만이 주요 발생원인
당뇨병은 한 가지 이유로 발생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크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있다.
가족 내 당뇨병이 있는 경우 제2형 당뇨병의 발생 위험은 일란성 쌍생아는 10배, 직계가족은 3.5배 정도 높다. 하지만 유전적 소인이 있다고 해서 전부 당뇨병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비만과 노화, 식생활, 운동 부족,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이상, 약물복용 등의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해 당뇨병이 생긴다.
불규칙한 식사, 당이 많은 음식 섭취, 수면 및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 여러 원인으로 식후 급격하게 혈당이 상승했다가 내렸다가를 반복하게 되면 혈당 변동 그래프가 뾰족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를 '혈당 스파이크'라고 한다. 혈당 변동성이 큰 경우로 혈당이 급격하게 오른 만큼 우리 몸은 제자리에 가기 위해 췌장의 노동력이 증가하게 된다. 이처럼 지속적인 부담이 가해지면 췌장 기능이 떨어져 당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당뇨병이나 심·뇌혈관질환, 미세혈관질환, 신기능 저하 등 당뇨병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평소 안정적인 혈당 관리는 건강관리에 필수요소다.
조아라 대동병원 내분비내과 과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인의 혈당이 정상이라고 생각해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식후 30분부터 2시간 이내에 다른 사람보다 피로감을 많이 느끼거나 집중력 저하, 허기짐, 갈증, 어지럼증 등을 느낀다면 혈당 스파이크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다뇨·다식하면 당뇨병 의심
당뇨병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자각하기 어렵다. 당뇨병의 대표 증상인 다음·다뇨·다식을 흔히 '삼다(多)증'이라고 부른다. 혈당이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하면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배출 과정에서 물을 함께 끌고 가기 때문에 소변량이 증가한다. 이처럼 수분이 빠져나가면 탈수가 일어나 갈증이 나고 찬물을 찾게 된다.
또 혈당이 모두 소변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식욕은 증가하면서 체중은 감소하는 증상도 나타나게 된다. 쉽게 피로를 느끼며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체중이 줄어들 경우 당뇨병을 의심하고 빨리 검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뇨병은 보통 혈액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식사와 관계없이 무작위 측정한 혈당 수치가 200㎎/dL 이상이거나 △8시간 공복 후 측정한 혈당 126㎎/dL 이상 △75g 경구당부하 2시간 후 측정한 혈당 200㎎/dL 이상 △당화혈색소 6.5% 이상 등 4가지 기준 가운데 1가지라도 해당될 때 진단된다. 곽수헌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뇨병의 중요한 위험인자는 비만과 가족력이다"며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 및 운동부족으로 비만 인구가 늘고 있는데, 체중이 증가할수록 혈당·혈압·콜레스테롤도 증가하기 때문에 당뇨병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모 중 한 명이라도 당뇨병이 있으면 자녀의 당뇨병 발생 위험이 약 30%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 따라서 40세 이상 성인이나 30세 이상 이면서 비만, 고혈압,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부족, 가족력 등이 있는 사람은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
■생활습관 개선이 예방법
당뇨병은 생활 습관에 영향을 많이 받는 질환이므로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다.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들이 비만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5~10% 정도의 체중 감량과 매일 30분 이상의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또 채소류, 해조류, 버섯류 등 풍성한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고 규칙적으로 식사를 유지하는 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한여름의 무더위는 입맛을 잃게 하거나, 설탕이 많이 함유된 시원한 음료수·과일 등을 당기게 한다. 입맛을 잃지 않게 다양한 식단 변화를 시도하고 조금씩 자주 먹되 규칙적으로 식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곽 교수는 "목이 마를 땐 설탕 음료수는 가급적 피하고, 얼음물을 마시거나 홍차·녹차에 레몬을 띄워 시원하게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또 여름철에는 조금만 운동을 해도 쉽게 지치고 땀을 많이 흘려 탈수가 오기 시워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이른 아침이나 서늘한 저녁에 운동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인슐린을 투여하거나 인슐린 분비 촉진제를 복용하는 경우, 아침식사 전 공복운동을 하면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는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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