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웠어, 백병원
서울 중구의 유일한 대학병원이었던 인제대 서울 백병원이 지난달 31일 오후 5시 마지막 진료를 마쳤다. 1941년 개원해 82년 만에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인제대 서울 백병원은 이날 “31일 오후 5시 진료를 종료하고, 당분간 진료 의뢰서를 제외한 의무 기록과 영상 CD 등 일반 서류 발급을 위한 통합 발급 센터는 계속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서울 백병원 폐원을 결정하고, 모든 환자 진료를 8월 31일까지 끝내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서울 백병원 1층 창구는 진단서와 소견서, 진료 의뢰서 등 각종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환자는 “내 담당 선생님은 어디로 가시는 거냐”고 묻기도 했다. ‘마지막 진료’라고 해서 찾아왔다는 박명숙(72)씨는 “1984년 아들을 백병원에서 낳은 뒤부터 40년 가까이 이곳을 이용해왔는데 참 아쉽다”며 “집 근처에 큰 병원이 있어 정말 편했는데 이제 어느 병원을 찾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서울 백병원 인근 약국들도 착잡한 분위기였다. 약사 김모(54)씨는 “설마설마했는데 결국 병원 측에서 공문을 통해 폐원 소식을 전해왔다. 인근 약사들 모두 안타깝고 섭섭한 심정”이라고 했다.
서울 백병원 측은 입원 중인 환자들의 경우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켰고, 수련 중인 인턴들도 다른 지역 백병원이나 다른 병원으로 옮겨 수련할 수 있도록 했다. 의사(교수)를 제외한 간호사와 행정 직원 등 300여 명도 지난달 29일 자로 다른 지역 백병원으로 나눠 발령을 냈다. 인제학원은 서울 백병원 외에 상계·일산·부산·해운대백병원 등 4곳을 더 운영 중이다. 서울 백병원 관계자는 “직원의 40% 정도는 인근 상계 백병원이나 일산 백병원으로, 나머지 60%는 부산·해운대 백병원으로 발령을 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하지 않는 발령을 받은 직원들은 아직도 반발하고 있다. 의사들은 이달 중순이 돼야 이사회에서 근무지가 결정될 예정이다. 서울 백병원 직원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폐원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결정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부정 관련자들은 모두 처벌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서 지난달 4일 서울행정법원에 폐원 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도 했다. 또 같은 달 28일에는 교육부에 감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 백병원은 지난 2004년 적자로 돌아선 후 작년까지 적자 규모가 1700억원을 넘어서면서 결국 폐원으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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