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흉상 이전한다고, ‘육사 우호의 날’을 왜 취소?
“구민들, 당혹하고 실망” 일방 취소
서울 노원구가 오는 9일 육군사관학교(육사) 내 잔디광장에서 열기로 한 ‘노원구-육사 우호의 날’ 행사를 취소했다. 육사가 교내에 설치돼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을 외부로 이전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취지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작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재선했고, 육사는 노원구 관내에 자리 잡고 있다.
노원구는 지난달 29일 육사 우호의 날 행사를 취소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구민들에게 보냈다. 이 문자 메시지에서 노원구는 “갑작스러운 독립군 흉상 이전 소식에 노원 구민들은 당혹스럽고 실망스러울 따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군과 주민의 대화합이라는 노원구-육사 우호의 날 행사는 그 의미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고 판단해 부득이 취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육사는 흉상 이전 계획을 철회하고 영웅들의 흉상을 있는 그대로 보존할 수 있도록 지혜로운 결정을 내려주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노원 구민들 사이에서는 “민주당 소속인 구청장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행사를 취소하면서 마치 구민들도 동의하고 있는 것처럼 문자 메시지를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원구 하계동에 살고 있는 임모(45)씨는 “문자 메시지를 받아보니 모든 구민들이 육사 내 흉상 이전에 반대한다는 것처럼 돼 있어 어이가 없었다”며 “구청장이 구민 의견 수렴 없이 독단적으로 판단하면서 민주당 소속인 자신의 의견을 구민 의견인 양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노원구 공릉동 주민 이모(40)씨도 “올해 들어 육사가 구민들에게 개방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이번에 행사가 취소됐다는 문자를 보고 상당히 아쉬웠다”면서 “구청장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 구민들까지 정치적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휘말린 것처럼 보여 불쾌하다”고 했다.
한편 육사 측은 “행사 취소와 관련해 노원구에서 직접 연락을 받은 게 없고 언론 보도를 보고 나서야 (노원구가 행사를 취소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육사는 31일 홍범도 장군 흉상을 외부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흉상이 육사 밖으로 옮겨지면 노원구는 오승록 구청장 재임 기간에는 육사와 공동 행사를 열지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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