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재단도 임옥상이 만든 ‘청계천 동상’ 철거 논의

최종석 기자 2023. 9. 1.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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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재단, 공론화委 꾸리기로
서울 중구 청계천 평화시장 앞 전태일다리 위에 세워진 전태일 동상. 성추행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민중미술가’ 임옥상씨의 작품이다. /김지호 기자

서울시가 여직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민중미술가’ 임옥상(73)씨의 작품 철거를 시작한 가운데, 전태일재단도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어 서울 청계천에 설치돼 있는 전태일 동상 철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31일에는 이와 관련한 재단 운영위원회도 열었다.

전태일 동상도 임씨의 작품이다. 2005년 청계천 복원 당시 청계천 평화시장 앞 전태일 다리(버들다리)에 설치됐다. 서울시립 시설에 설치한 작품이 아니어서 이번 서울시의 철거 대상에서는 빠졌는데, 재단이 자체적으로 철거 논의에 나선 것이다. 이사회에 참석한 한 재단 관계자는 “존치와 철거를 두고 의견을 나눴는데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이사가 대다수였다”고 전했다.

재단 이사회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인 이덕우 이사장과 교수, 노동계 출신 등 12명으로 구성돼 있고, 대부분 진보 성향 인사들이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시민들이 전태일 열사의 동상을 보면서 성추행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임씨를 떠올리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재단 이사진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동상은 철거해 이전하고 그 자리에 더 훌륭한 동상을 세우면 된다”고 했다.

다만 최종 철거 결정과 향후 계획 수립 등은 별도의 위원회를 꾸려 진행하기로 했다. 재단 관계자는 “동상 건립 당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이 모금한 돈이 들어갔다”며 “재단이 곧바로 결정하지 말고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철거 여부를 최종 결정·발표하자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단은 이달 초 노동계와 종교계, 문화계, 여성계 등 인사 10명 안팎으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임씨가 혐의를 시인했다고는 하지만 대법원의 최종 확정 판결을 보고 철거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재단 측은 “동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전태일 정신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고 했다.

전태일의 동생인 전순옥 전 국회의원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태일 동상 사진을 올리고 “오빠 미안해요, 오빠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라고 썼다.

지난 7월 이른바 ‘민중미술가’로 불리는 임씨가 여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그의 작품을 철거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걸려 있던 임씨의 그림 ‘안경’을 철거했고, 국회도서관도 복도에 걸려 있던 임씨 작품을 철거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부터 서울시 내 시립 시설 안에 있는 임씨 작품 6개를 순차적으로 철거 중이다. 오는 6일까지 6개 모두 철거한다.

2016년 서울 남산 옛 통감 관저 자리에 만들어진 ‘기억의 터’가 가장 논란이 됐다. 일제의 조선총독 관저였던 곳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하는 추모 공원 ‘기억의 터’를 만들었는데, 이곳을 설계하고 작품까지 만든 사람이 임씨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오는 4일 이 공원에 설치된 임씨 작품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을 철거하기로 했다.

임씨는 지난달 17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도 40시간 수강하라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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