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남국 제명 부결시키더니 이 대표는 검찰 소환 직전 단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갑자기 단식을 선언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은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며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보통 취임 1년 회견은 자신의 지난 공과를 돌아보고 남은 임기 각오를 밝히는 자리다. 하지만 그런 내용은 거의 없었고 뜬금없이 단식을 선언했다.
정기국회 개회 전날 국회 다수당이자 제1 야당 대표가 단식을 시작한 것은 전례가 없다. 2019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정기국회가 끝나가는 11월 말에 단식을 시작했지만 소수당이었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정기국회 회기만이라도 민생에 전념하고 생떼 정치를 접으라” “본인의 당내 입지를 위한 꼼수”라고 비난했다. 지금 이 대표에게 들려 줄 말이 이와 다르지 않다.
이 대표가 방북 비용 쌍방울 대납 사건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기 직전 단식을 시작하는 것도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검찰은 오는 4일 이 대표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는 전혀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이 잘 알 것이다. 검찰이 조사를 못 하면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도 못 한다. 영장 청구를 못 하면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도 할 수 없다. 체포동의안 가부를 놓고 민주당 내분이 일어날 이유도 사라진다. 이를 모두 계산한 ‘방탄용 단식’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단식하며 내건 요구 사항도 비현실적이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민생 파괴·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국민 사죄’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 천명 및 국제 해양재판소 제소’ ‘전면적 국정 쇄신 및 개각 단행’ 등 3개 항을 요구했다. 거꾸로 이 대표와 민주당이 민생을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한다고 생각할 국민이 많을 것이다. 입법 폭주와 각종 꼼수, 무책임한 포퓰리즘, 하루도 쉬지 않은 방탄 국회, 비합리적 괴담은 모두 이 대표의 민주당이 한 일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국제해양재판소에 제소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도 포기했다. 해양재판소에서 방류 중단이 아니라 오히려 일본이 오염수 배출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자신이 만든 민주당 혁신위 요구도 듣지 않았으면서 남에겐 쇄신을 요구할 수 있나.
이 대표가 단식을 시작하기 하루 전 민주당은 국회 회의 중 수백 회 코인 거래를 한 김남국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안을 부결시켰다. 민주당의 도덕성에 큰 타격이 될 이런 중대한 결정을 이 대표와 상의 없이 했을 가능성은 없다. 결국 김남국 제명안 부결 뒤 검찰 소환 직전에 단식을 시작하는 시간표 역시 이 대표의 계획일 수 있다. 전통 민주당의 대표가 이렇게 단식을 하는 것도 당의 흑역사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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