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북 국경 개방, 중국 수감 탈북민 2000명 북송 비상
미국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가 중국에 구금된 탈북민의 강제 북송을 막기 위해 유엔 인권사무소와 유엔난민기구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들은 “극도로 시급한 문제로 유엔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 따르면 코로나 기간 중국에서 붙잡혀 수감된 탈북민이 2000명에 달한다. 북한은 26일 폐쇄됐던 국경을 3년 7개월 만에 공식 개방했고 북·중 항공 노선도 재개됐다. 조만간 대대적인 탈북민 강제 북송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 당국은 탈북민을 난민이 아닌 불법 체류자로 간주해 단속하고 구금해 왔다. 하지만 탈북민은 북한 당국의 정치·경제적 핍박을 피해 탈출한 난민이다. 강제 북송되면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져 학대·고문·폭행을 당하고 비인간적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난민 지위 국제 협약과 고문 방지 협약은 고문·박해 우려가 있는 곳으로 강제 송환을 금지하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두 협약에 가입하고 있는 중국은 강제 송환 금지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정부도 중국 정부를 향해 “탈북민을 의사에 반해 북송해선 안 된다. 한국행을 원하는 탈북민을 전원 수용하겠다”고 했다.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지난 5월 방한 중 국회 연설에서 “북한 인권 개선에 나서는 것이 5·18 정신”이라고 했다. 정확한 말이다. 정부가 미국·영국·캐나다 등 각국 정부와 의회, 유엔 기구, 국제 인권 단체와 함께 중국을 설득한다면 대량 강제 북송 사태를 막을 수 있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슬로건이 ‘마음에서 마음으로’다. 이는 인간의 휴머니즘을 뜻하는 표현일 것이다. 탈북민 강제 북송이야말로 반(反)휴머니즘이다. 중국에 이 슬로건을 실천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통일부는 국회에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12번째 보냈다. 민주당이 여러 핑계로 이사 추천을 하지 않아 7년간 문을 못 열었다. 민주당이 또 재단 출범을 막는다면 5·18 정신에 반해 김정은 폭압 정권의 편에 서는 반인권 정당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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