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푸틴 친서 교환… 무기 거래 협상 중”
우크라이나를 지난해 2월 침공한 러시아가 전쟁 장기화로 무기 부족을 겪는 가운데 북한으로부터 포탄 등 무기 지원을 받기 위한 북·러 간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미국 백악관이 밝혔다. 백악관은 이 과정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차례 친서를 교환했다는 정보를 공개했다. “러시아가 부족한 탄약 등을 북한으로부터 조달하려고 한다”고 지난해 9월 이후 여러 차례 경고해 왔던 미 정부가 이번에도 북·러 간 움직임을 미리 공개해 양국 밀착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전과 관련한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를 부인해 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30일(현지 시각) 전화 브리핑에서 “북·러 간 무기 협상이 활발하게 진전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이 러시아군을 위한 군사적 지원을 계속 고려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커비 조정관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7월 27일 북한 전승절에 평양을 방문한 사실을 언급하고 “이는 북한에 포탄 판매를 설득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그는 “(쇼이구 장관의 방북 이후) 김정은과 푸틴이 양자 협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친서들을 주고받았다”며 “이후 다른 러시아 관리들이 방북해 무기 거래를 논의했다”고 했다. 북·러 간 무기 거래 논의가 정상 사이의 합의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몇 달 동안 (북·러 간) 고위급 논의가 계속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북한은 매우 중요한 이웃이다. 양국은 상호 존중하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려 하고 있으며 다양한 수준에서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악관 발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커비 조정관은 “북한의 무기 판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駐)유엔 미국 대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북·러 간 무기 거래는 (북한에 대한 모든 무기 거래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어긋난다.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한·미·일·영국 4국 유엔 대사 명의 성명을 발표했다.
백악관이 이날 북·러 간 무기 거래 협상 진전 사실을 공개한 것은 지난해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년 6개월째 이어지는 상황에 러시아군 전력 강화를 경계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 수복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작전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군사지원에도 약 3개월째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 지원은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날 미 정부는 북·러 간 무기 거래 추진 사실에 대해 ‘매우 곤란한(deeply troubling)’ 소식이라고 했다.
미 정부는 북한이 러시아에 대해 무기를 공급할 가능성에 대해 그동안 여러 차례 경고해 왔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9월 “러시아가 북측에 무기 수출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고, 11월엔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상당한 양의 무기를 보내고 있다는 정보를 받았다”고 했다. 지난해 12월에 북한 무기가 러시아 측에 인도된 것이 확인됐다고도 밝혔다. 북한은 이를 부인했다. 그러자 백악관은 무기 수송을 위해 북한으로 향하는 기차라며 위성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미·일 정상회의 전날인 지난달 17일엔 미 재무부가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를 중재한 러시아 관련 기관 3곳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며 대북·대러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뉴욕타임스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러시아군의 움직임과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 등을 실시간 공개해 왔다”며 “(미 정부는) 이번에도 러시아가 가장 시급하게 여기는 무기 조달 움직임을 미리 노출함으로써 이들의 계획을 방해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는 계속해서 북한 등에서 군사 장비를 확보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알아내고 공개하며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가 북한에서 구매하기를 원하는 품목 중 하나는 포탄”이라며 “상당한 양과 다양한 종류의 탄약이 (거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의 지대공(地對空) 미사일(SA-5)은 부품 상당수가 러시아제여서 무기 호환성이 높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러시아 탄도미사일)’라 불리는 KN-23이나 600㎜ 초대형 방사포(KN-25) 등도 러시아에 지원 가능한 무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커비 조정관은 “거래엔 러시아 방위산업을 강화할 수 있는 원자재 제공도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의 무기 지원이 우크라이나 전황을 뒤집을 정도로 결정적 변수가 될지 판단하기는 이르다. 익명을 요구한 워싱턴의 외교·안보 소식통은 “백악관은 러시아가 북한과 중국 등으로부터 무기를 조달하면서 북·중·러 ‘반(反)서방 연합’을 구축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했다. 이란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공격용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부품을 제공하면서 양국 연대를 더욱 강화했듯이, 북·러가 무기 거래를 통해 밀착할 경우 서방 중심의 대러 압박의 효과가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국은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포탄을 받는 대가로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첨단 부품 및 기술을 북한에 제공할 가능성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날 회견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팔 경우 러시아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방어해주고 나아가 허용해줄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백악관 발표는 북한이 31일 오후 11시40분쯤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두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직후 나왔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이번 발사는 다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북한의 이웃 국가들과 국제사회에 위협을 제기한다”고 했다. 한·미·일 유엔 대사는 “북한은 도발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우리의 대화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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