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이념논쟁에 불신…55% “그래도 정치가 내 삶 바꿀 것”

하송이 기자 2023. 9. 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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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정치·사회의식 리포트

- 기성정치 민생보다 진영 싸움
- 중도 성향으로 실망감 드러내
- 젠더·이념 넘어선 공약 필요성

- ‘정치효능’ 20대男 59%가 긍정
- 아예 담 쌓지는 않았다는 의미
- 정치권, 청년 끌어안기 고민을

정치 성향이 반드시 선거에서 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어느 쪽에도 마음을 주지 않고 저울질 중인 중도 비율이 높아질수록 정치인들의 애가 탄다.

2030 운동모임 ‘작심삼주’ 회원들이 지난달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해변도로를 함께 달리고 있다. 김영훈 기자 hoonkeem@kookje.co.kr


지난해 3월 치러진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을 보자. 한국갤럽이 선거일 이전인 2022년 2월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치 성향을 묻는 질문에 18~29세는 보수(25%)와 진보(24%) 비율이 비슷했다. 중도는 35%(모름·응답 거절 16%)였다. 30대 역시 보수(22%)와 진보(26%)가 엇비슷했으며 중도는 42%(모름·응답거절 9%)로 조사됐다(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갤럽 조사와 대선 당일인 2022년 3월 9일 발표된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는 사뭇 다르다. 20대 이하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47.8%)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45.5%)에게 비슷한 비율로 투표했다. 30대도 이 후보(46.3%)와 윤 후보(48.1%)의 지지율이 비슷했다. 갤럽 설문조사와 비교할 때 두 연령대 모두 중도에서 보수로 흘러간 표가 더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대선에 앞서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를 중심으로 ‘이대남’ 구애작전을 펼쳤고, 이 같은 전략이 먹혀 들었던 결과다. 실제 출구조사 결과를 성별로 세분화해서 보면 20대 이하 남성은 58.7%가, 30대 남성은 52.8%가 윤석열 후보에 투표했다고 응답했다.

▮ “내년 총선, 중도를 잡아라”

국제신문이 ㈜도시와공간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2030 정치·사회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정치적 성향이 ‘중도’라고 응답한 비율이 60%가 넘는다. 결국 내년 총선에서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는 ‘중도’를 설득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2030의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이 중도층이 비대해진 주요 원인이라고 봤다. 부산가톨릭대 차재원 특임교수는 “자기 진영 논리에만 매몰돼 민생보다는 이념만 강조하는 기성 정치에 대해 불신이 있는 것이다. 홍범도 정율성 같은 이념논쟁은 내년 총선에서 젊은층에게 소구력이 없을 것이라 본다. 민주당 역시 당권과 사법리스크로 연일 갈등을 빚는데 젊은층은 짜증이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대 진시원(일반사회교육학과) 교수도 “정부 여당이 촉발한 이념의 정치화, 이재명 사법 리스크로 대변되는 야당의 정치무능에 대한 혐오가 중도층을 키운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결국 2030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는 이념 지향이 아닌, 정책 지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미다. 차재원 교수는 “내년 총선에서 2030의 마음을 얻으려면 집토끼 뿐만 아니라 산토끼도 잡을 수 있는, 이념과 젠더를 넘어서는 손에 잡히는 공약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그래도 희망은 있다

정치에 대한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정치 효능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이번 국제신문 설문조사에서 ‘정치를 통해 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7.8%는 충분히 가능하다 47.0%는 쉽지는 않지만 가능하다고 본다고 응답했다. 연령·성별로 보면 20대 남자의 긍정 응답률(충분히 가능+쉽지는 않지만 가능)이 59.2%로 가장 높았다.

정치에 대한 관심도와 연결해서 보면 긍정적 양상이 더욱 선명해진다. ‘정치 관련 기사나 글·영상 등을 얼마나 자주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최근 한달 내 본 적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20대 여자’도 정치 효능감을 묻는 질문에서는 52.8%가 긍정적으로 답해 평균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최근 1년 내 온·오프라인 정치관련 행사나 집회에 참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10명 중 2명은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5회 이상이 2.0%, 3~4회 5.3%, 1~2회 11.9%였다. 차재원 교수는 “2030의 절반은 정치를 통해 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본 것은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은 있지만 완전히 담을 쌓은 건 아니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향후 정치권이 이들의 표만 갖고오더라도 승산이 있다. ‘2030은 우리편이 아니다’고 포기하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해석했다. 부경대 차재권(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분명한 경우에도 정치에 대한 혐오는 있다. 그래도 절반은 정치라는 과정을 통해 내 삶을 개선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는 것인 만큼 정치권은 이들을 끌어안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어떻게 조사했나

- 부산 2030남녀 800명 설문

이번 조사는 국제신문 의뢰로 ㈜도시와공간연구소가 지난달 10~23일 부산 거주 20·30대를 대상으로 구조화된 질문지를 이용한 1:1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수집된 설문지는 검증과 에디팅 과정을 거쳐 오류를 보완했으며, 최종적으로 유효한 설문지 800부를 분석에 활용했다. 성별로는 남성 409명, 여성 391명이며 연령별로는 20대 404명, 30대 396명이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다. 일부 백분율 합계가 99.9% 혹은 100.1%가 될 수 있는데, 이는 소수점 반올림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결과 해석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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