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문 거절한 도쿄도지사, 조선인 死者에 대한 모독”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실행委
미야가와 야스히코 위원장
“관동대지진 때 세상을 뜬 조선인 사자(死者)에 대한 모독입니다.”
도쿄에 있는 일조협회(日朝協会) 사무실에서 최근 만난 ‘관동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실행위원회’의 미야가와 야스히코(宮川泰彦·82) 위원장은 “일본인들이 모여서, 관동대지진 때 죽은 조선인을 추모하는 행사에 현직 도쿄도지사가 추도문을 안 보내다니 말이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40여 년간 미노베 료키치 도지사부터 스즈키 슌이치, 아오시마 유키오, 이시하라 신타로, 이노세 나오키, 마쓰조에 요이치에 이르는 도지사 6명이 한 번도 빠짐없이 추도문을 보냈다”며 “이제 와 고이케 유리코 현 도지사가 안 보낸다면 그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은 일본인 회원들로 구성된 시민단체인 일조협회가 주도해 도쿄의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의 조선인 학살 추도비 앞에서 여는 행사다. 일조협회를 포함한 일본 시민단체들은 1963년부터 도쿄·지바·사이타마·가나가와 등지에 조사단을 파견해 조선인 학살 증언과 기록을 확인했고, 이후 모금 운동을 통해 50주년인 1973년 추모비를 세웠다. 일조협회의 도쿄연합회장이기도 한 미야가와 위원장은 “당시 추모비를 만들 때 도쿄도의회의 각 정당이 대표위원으로 참여했고 추모비 문구도 도쿄도와 상의했던 것”이라며 “이시하라 도지사와 같은 (우익) 인사조차도 추모사를 보낸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고이케 도지사는 당선 첫해인 2016년에는 추도문을 보냈다가 2017년부터 거절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관동대지진 전체 사망자를 위한 추모문을 다른 행사에 내고 있기 때문에 개별적인 추모문은 안 보낸다”는 것이다. 미야가와 위원장은 하지만 “고이케 도지사는 조선인 학살이라는 역사적인 사실을 부정하는 것인지 확실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미야가와 위원장은 일본 패망 이전인 1941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당시 아버지는 조선총독부에서 검사로 일하다 1945년 12월에 일본으로 돌아와 내게 조선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며 “관동대지진의 조선인 학살은 일본의 부끄러운 과거사이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일본인들은)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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