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고 즐기는 축구 구사…제2의 이강인 꿈꾼다
2007년 TV 예능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 여섯 살짜리 꼬마가 등장하면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팀의 주장을 맡은 이 꼬마는 또래와는 차원이 다른 월등한 실력을 뽐내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이 ‘축구 신동’은 무럭무럭 자라 최근 세계 최고 명문 팀 중 하나인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에 입단,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골든 보이’ 이강인이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제2의 이강인’을 꿈꾸는 유소년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부산에서는 초등학교 팀은 물론 30여 곳의 클럽에서 3000여 명의 선수들이 프로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부산은 흔히 ‘야구의 도시’로 불리지만, 유소년 클럽과 선수 수만 놓고 보면 축구가 야구를 능가한다.
이에 국제신문은 지역 유소년 축구클럽을 찾아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로 성장할 선수들을 조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 2007년 창단 초등생 이하 150명
- 김도형 감독,놀이 접목 체력훈련
- 부상 예방·시뮬레이션 기술 연마
- 센터백 지민우·윙 김도겸 기대주
- 작년엔 게토레이 H-CUP 우승도
지난 7일 오전 경남 김해 대동면의 부산FCK 실내 축구장. 496㎡ 면적의 축구장에 땀 내음이 가득했다. 벽에 걸린 안드레아스 이니에스타, 네이마르, 이승우 등 유명 축구 선수들의 사진이 취재진을 반겼다. 이날은 9세 이하 유소년 선수 12명의 훈련이 예정돼 있었다.
분홍색 유니폼을 입은 아이들이 구장으로 하나 둘 들어왔다. 익숙하게 공을 하나씩 챙겨 몸을 풀었다. 이날 발효된 폭염경보로 인해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의 얼굴은 땀 범벅이 됐다. 곧이어 강민욱 코치가 들어왔다. ‘접시콘’을 그라운드에 깔자 아이들이 능숙하게 코디네이션(스트레칭 및 스텝 훈련)을 시작했다. 이후 논스톱 패스, 8자 드리블, 장애물 통과 후 슈팅 등의 순으로 훈련이 이어졌다.
2007년 창단한 유소년 축구클럽 부산FCK는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 150명이 속한 대형 클럽이다. 이중 약 20%가 미래의 프로 선수를 꿈꾼다. 실제 이 클럽은 1명의 프로 선수를 배출했다. 주인공은 대구FC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이찬웅(23)이다. 클럽의 창단 멤버인 그는 초등학교 6학년까지 이곳에서 뛰었다. 이후 호주로 건너가 2년간 축구 유학을 마치고 2020년 대구FC에 입단했다. 하지만 1년 뒤 부상으로 인해 젊은 나이에 은퇴했다. 부산 아이파크에서 최근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으로 이적한 권혁규와는 절친한 사이다.
유소년 클럽인 만큼 축구에 대한 ‘재미’를 우선 추구한다.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면 스스로 연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김도형 감독의 지론이다. 그의 말마따나 훈련 과정은 강압적이기보다는 자유로웠다. 놀이를 가미한 체력 훈련과 시뮬레이션 기술 훈련이 위주다. 김 감독은 “아직 어린 아이들인 만큼 최대한 부상을 피하고 축구라는 종목을 즐기게끔 해주고 싶다”며 “그렇게 되면 실력은 저절로 늘기 마련이다”고 설명했다.
이곳의 아이들은 저마다 제2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박지성(은퇴), 이강인(PSG)을 꿈꾼다. 그중에서도 지민우와 김도겸(이상 8세)이 눈에 띈다. 축구 입문 3년 차인 지민우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를 가장 존경한다. 그러나 팀에서는 센터백을 맡고 있다. 또래 아이들보다 월등한 신체 조건 덕에 다리 힘이 좋다. 공의 방향을 읽는 능력 또한 뛰어나다.
측면 공격수를 맡고 있는 김도겸의 활약도 뛰어나다. 그는 타고난 순발력으로 달리기가 빨라 상대 뒷공간을 침투하는 플레이에 능하다. 김도겸은 “같은 포지션의 킬리안 음바페(PSG)의 플레이를 좋아한다. 드리블과 골 결정력이 환상적이기 때문이다. 어제는 음바페 선수와 패스를 주고받는 꿈까지 꿨다”고 말했다.
그 밖에 FCK는 지난 6월 열린 부산 유소년 축구대회 ‘정용환배 꿈나무 축구대회’에서 이정현(8) 군이 최우수선수(MVP), 배지찬(8) 군이 10골 이상을 넣어 득점왕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게토레이 H-CUP 풋살 토너먼트에서 FCK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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