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대학살 100년…일본 왜곡에 맞선 기억 복원

조봉권 기자 2023. 9.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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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문학평론가 김응교가 "20여 년간 기회 있을 때마다 현지를 답사하고 간절한 증언을 글로 새기면서" 썼다고 밝힌 '백년 동안의 증언'은 부제가 '간토대지진, 혐오와 국가폭력'이다.

"이 책은 반일(反日)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평화를 기원하는 책입니다. 100년 전, 1923년 9월 1일에 일본 간토(도쿄를 포함한 관동 지역) 지역에서 대지진이 있었습니다. 끔찍하게도 그 지진은 조선인 학살로 이어집니다. 아름다운 순간이 아닌 우울한 과거를 사람들은 기억하지 않으려 합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끊임없이 이 사건을 삭제하려 했습니다. '삭제의 죄악'에 맞서 '기억의 복원'이 필요합니다. 다시는 그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과거의 흉터는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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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년 동안의 증언-간토대지진, 혐오와 국가폭력

- 김응교 지음/책읽는고양이/1만7000원

- 日 “유언비어 탓 조선인 희생”
- 김응교 시인 20년간 현지답사
- 생생한 증언 곁들여 진실 알려

# 관동대지진, 학살 부정의 진상

- 와타나베 노부유키 지음/이규수 옮김/삼인/1만8000원

- 40년 경력 日 언론인 노부유키
- 램지어 교수 논거 속 오류 지적
- 당시 사회 상황 비판적인 조명

시인·문학평론가 김응교가 “20여 년간 기회 있을 때마다 현지를 답사하고 간절한 증언을 글로 새기면서” 썼다고 밝힌 ‘백년 동안의 증언’은 부제가 ‘간토대지진, 혐오와 국가폭력’이다.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오지 경찰서에 수용된 조선인(1923년 9월 10일 추정). 출처=동농재단 강덕상자료센터. 오른쪽 사진은 일본 내 혐오 풍조를 비판하는 카운터스 운동 현장의 손팻말. “애국을 말하면서, 차별을 즐기지 마라. 일본의 수치다”는 내용이다. 삼인·책읽는고양이 제공


“이 책은 반일(反日)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평화를 기원하는 책입니다. 100년 전, 1923년 9월 1일에 일본 간토(도쿄를 포함한 관동 지역) 지역에서 대지진이 있었습니다. 끔찍하게도 그 지진은 조선인 학살로 이어집니다. 아름다운 순간이 아닌 우울한 과거를 사람들은 기억하지 않으려 합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끊임없이 이 사건을 삭제하려 했습니다.… ‘삭제의 죄악’에 맞서 ‘기억의 복원’이 필요합니다. 다시는 그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과거의 흉터는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간토(관동)대지진 때 빚어진, 일본인에 의한 조선인 학살은 소름이 돋고 눈물이 솟고 가슴이 턱 막힐 만큼 끔찍했는데 이 비극이 한국에서조차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고 조금씩 잊혀가는 현실은 답답하다. 올해 비극 100주년이 되면서 이 일이 다시금, 겨우, 비로소 조명을 쬐고 있다. 그런 노력이 이뤄지는 가운데 나온 김응교 저자의 ‘백년 동안의 증언’은 오랜 숙성과 갱신을 거쳐 분명한 관점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구성요소를 다채롭게 배치해 생기 있는 구성을 보여준다. 저자는 대지진 당시 조선인 대학살에 관해 일본 정부가 여전히 ‘유언비어’에 의한 우발적 폭동(에 따른 조선인의 희생)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심연을 들여다보면 당시 일본 국가시스템과 사회에 누적된 모순과 본질이 터진 폭력 사태였다고 진단한다. 그 과정을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한 땀 한 땀 생생하게 전한다.

예컨대 책은 대지진을 직접 겪은 일본 시인 쓰보이 시게지의 장시(長詩) ‘15엔 50전’을 번역해 소개한다. 당시 일본의 자경단 등은 행인에게 조선인에게 어려운 ‘쥬고엔 고쥬센’(15엔50전)을 발음하게 한 뒤 판별하고 학살 여부를 정했다. 이어 쓰보이 시게지의 증언과 생각을 전달한다. 이런 식으로 ‘맷돌질 하듯 뒤흔들었다, 학살을 기억하는 소설가 이기영’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소학교 학생들의 증언’ 등 다채로운 요소를 결합하고, 혐오 풍조를 비판하는 일본의 ‘카운터스’ 운동 등을 소개하며 관점을 현재로 들고 온다.

저명한 일본의 언론인 와타나베 노부유키가 쓴 ‘관동대지진, 학살 부정의 진상’ 또한 주목할 만한 역저이다. 이 책은 부제가 ‘램지어 교수의 논거를 검증한다’이다. 와타나베 노부유키는 40여 년 경력의 ‘뼛속까지 언론인’이다. 이 책 또한 조선인 학살이 터진 구조적 문제와 일본 사회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그런데 그 방식이 지극히 언론인답다.

저자는 미국 하버드대 존 마크 램지어 교수가 쓴 ‘관동대지진’ 관련 논문의 항목을 조목조목 검증하고 그 속의 오류를 세밀하게 짚어내는 방식으로 책을 전개한다. 램지어 교수는 근현대 한일 관계사와 관련해, 결코 깊이 들어가지 않고 일본 정부의 공식 자료의 피상성을 그대로 수용하며 역사를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인간의 아픔에 관한 공감이나 통찰이 끼어들 틈이 없다.



와타나베 노부유키는 방대하고 세밀한 조사를 통해 1923년 9월의 조선인 학살이 가짜 뉴스 대폭발과 깊이 관련이 있고 이는 당시 일본 사회의 누적된 병폐와 닿아 있음을 논증한다. 책 말미에 실린 동농재단 강덕상자료센터 소장의 ‘관동대지진 관련 사진 자료’ 또한 뜻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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